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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 MS MS ‘윈도 11’이 인터넷 익스플로러 삭제하는 까닭은
2021.07.10 04:19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말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11을 발표했다. 발표 때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올해 말 출시될 윈도11은 사용자들 모르게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바로 윈도가 버리지 못하고 유지해온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삭제해버리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2015년에 익스플로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브라우저인 ‘엣지(Edge)’를 선보였지만 여전히 익스플로러에 의존하는 웹사이트와 사용자들이 남아있었다. 더 이상 업데이트와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들이 남아있을 것을 우려해 새로운 원도 버전이 익스플로러 애플리케이션을 찾아서 삭제하게 하는 초강수를 두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시장에서 얼마나 배척받는지는 구글 검색에서 “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Why Internet Explorer is)”이라는 문장만 써 봐도 알 수 있다. 검색어 자동 완성에 등장하는 말들은 “느린가요” “안 좋은가요” “작동을 하지 않나요” 등이다. 물론 익스플로러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한때 웹브라우저 시장의 95%를 차지하면서 ‘익스플로러=인터넷’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만큼 큰 성공을 거둔 제품이었다. 그랬던 제품을 제조사가 강제로 삭제하기로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비록 전화선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던 1990년대를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웹브라우저 대세는 넷스케이프였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웹 기반의 인터넷이 대세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SN)라는 독자적인 망을 구축해서 아메리카온라인(AOL)과 대결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웹브라우저의 개발이 늦어졌지만, 이제 막 인터넷의 시대가 열리던 초기였기 때문에 넷스케이프의 높은 시장점유율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때는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에 가까운 인기를 끌고 있었고, 자체 개발한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 운영체제에 무료로 끼워넣는 방식으로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다. 물론 넷스케이프도 무료였지만, 새로 산 PC에서 익스플로러를 통해 인터넷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데 굳이 또 다른 웹브라우저를 설치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PC 시장에서 독주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웹브라우저 시장까지 빼앗는 것을 본 미국 정부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게 된다. 이 싸움 과정에서 잔뜩 움츠러든 마이크로소프트가 급속히 성장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 제대로 뛰어들지 못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익스플로러의 실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만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2000년대 초 익스플로러의 여섯 번째 버전인 IE6를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는 그것으로 웹브라우저 전쟁은 끝났다고 보고 사실상 팀을 해체해버렸다. IE6는 버그도 많고, 보안 문제도 심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선 기능들을 장착하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버린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다본 인터넷의 미래는 시장 지배자로서 윈도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세상이었지, 여러 기업들이 웹의 표준을 지키면서 공존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2006년에 IE7을 내놨을 때도 웹 표준을 따르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익스플로러에 패한 넷스케이프의 직원들이 다시 모여 만든 모질라 재단은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이 만든 웹 표준에 충실한 ‘파이어폭스’를 내놓으며 다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검색 엔진으로 시작한 구글 역시 수년 동안 준비한 크롬 브라우저를 2008년에 선보인다. 특히 크롬은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빠른 속도로 익스플로러의 시장을 잠식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 크롬의 개발을 주도한 순다르 피차이를 CEO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피차이는 제안을 거절하고 2015년에 구글의 CEO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이 기간에 순익은 3배가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빌 게이츠에 이어 CEO로 재임(200-2014)한 스티븐 발머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가 업계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한 결과였다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1980~1990년대 윈도의 독점적 승리에 취해 인터넷 세상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착각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를 이어 CEO가 된 사티아 나델라는 과거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독존이 아닌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과 공존을 강조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체질을 바꿨다. 특히 “혼자 멋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기업)들을 멋지게 만들어주기 위해 일하라(You join here not to be cool, but to make others cool)”는 나델라의 말은 그의 취임 후에 변화한 마이크로소프트를 잘 요약해준다. 그가 취임한 후 구글과의 소송을 끝내고, 심지어 경쟁 기업인 세일즈포스의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서 협력을 약속하는 모습은 업계에 즐거운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에 일어난 변화는 그의 선언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2조달러 기업이 되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공룡이자 유망주 아마존, 구글을 앞지른 것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실패가 성장을 위한 보약이 된 셈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시장에서 얼마나 배척받는지는 구글 검색에서 “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Why Internet Explorer is)”이라는 문장만 써 봐도 알 수 있다. 검색어 자동 완성에 등장하는 말들은 “느린가요” “안 좋은가요” “작동을 하지 않나요” 등이다. 물론 익스플로러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한때 웹브라우저 시장의 95%를 차지하면서 ‘익스플로러=인터넷’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만큼 큰 성공을 거둔 제품이었다. 그랬던 제품을 제조사가 강제로 삭제하기로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비록 전화선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던 1990년대를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웹브라우저 대세는 넷스케이프였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웹 기반의 인터넷이 대세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SN)라는 독자적인 망을 구축해서 아메리카온라인(AOL)과 대결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웹브라우저의 개발이 늦어졌지만, 이제 막 인터넷의 시대가 열리던 초기였기 때문에 넷스케이프의 높은 시장점유율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때는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에 가까운 인기를 끌고 있었고, 자체 개발한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 운영체제에 무료로 끼워넣는 방식으로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다. 물론 넷스케이프도 무료였지만, 새로 산 PC에서 익스플로러를 통해 인터넷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데 굳이 또 다른 웹브라우저를 설치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PC 시장에서 독주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웹브라우저 시장까지 빼앗는 것을 본 미국 정부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게 된다. 이 싸움 과정에서 잔뜩 움츠러든 마이크로소프트가 급속히 성장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 제대로 뛰어들지 못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익스플로러의 실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만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2000년대 초 익스플로러의 여섯 번째 버전인 IE6를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는 그것으로 웹브라우저 전쟁은 끝났다고 보고 사실상 팀을 해체해버렸다. IE6는 버그도 많고, 보안 문제도 심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선 기능들을 장착하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버린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다본 인터넷의 미래는 시장 지배자로서 윈도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세상이었지, 여러 기업들이 웹의 표준을 지키면서 공존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2006년에 IE7을 내놨을 때도 웹 표준을 따르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익스플로러에 패한 넷스케이프의 직원들이 다시 모여 만든 모질라 재단은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이 만든 웹 표준에 충실한 ‘파이어폭스’를 내놓으며 다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검색 엔진으로 시작한 구글 역시 수년 동안 준비한 크롬 브라우저를 2008년에 선보인다. 특히 크롬은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빠른 속도로 익스플로러의 시장을 잠식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 크롬의 개발을 주도한 순다르 피차이를 CEO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피차이는 제안을 거절하고 2015년에 구글의 CEO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이 기간에 순익은 3배가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빌 게이츠에 이어 CEO로 재임(200-2014)한 스티븐 발머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가 업계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한 결과였다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1980~1990년대 윈도의 독점적 승리에 취해 인터넷 세상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착각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를 이어 CEO가 된 사티아 나델라는 과거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독존이 아닌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과 공존을 강조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체질을 바꿨다. 특히 “혼자 멋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기업)들을 멋지게 만들어주기 위해 일하라(You join here not to be cool, but to make others cool)”는 나델라의 말은 그의 취임 후에 변화한 마이크로소프트를 잘 요약해준다. 그가 취임한 후 구글과의 소송을 끝내고, 심지어 경쟁 기업인 세일즈포스의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서 협력을 약속하는 모습은 업계에 즐거운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에 일어난 변화는 그의 선언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2조달러 기업이 되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공룡이자 유망주 아마존, 구글을 앞지른 것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실패가 성장을 위한 보약이 된 셈이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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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노을 2021.07.12 23:09
엣지로 하지말고 그냥 익스플로러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프로그램만 바꾸면 안되었었나...
그랬으면 익스플로러 버전 넘어갈때처럼 약간의 과도기는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넘어 갔을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