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에 숨은 막장코드
2011.06.21 21:26
그러나 난 전체적으로 요 몇 주 동안 나가수를 보면서 감동의 무게보다는 아쉬움의 무게를 더 크게 느낀다. '한국 방송의 막장성'을 목격한 느낌이라고 할까. '성대 높이 뛰기, 성대 차력'이라는 음악평론가 김작가의 혹평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지적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방송사에 의해 무작위로 선발된 것으로 짐작되는 10~50대의 세대별 청중평가단의 평가의 인상비평에 출연 가수들의 휘둘리기 십상인 게 < 나가수 > 라는 프로그램의 기본적 속성이라는 것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 < 나가수 > 에 가장 잘 적응하며 10년 넘는 가수생활 중 절정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듯한 김범수조차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보컬 역량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방송 특성상 너무 '성대싸움'으로만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엔진 과열' 상태의 무대를 마치고 나면 목에 상처가 생긴 느낌도 들어요. 지난번 부른 '늪'은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 영역을 벗어난 건데 이후 한동안 목소리가 안 좋아져서 고생했죠."
< 나가수 > 에서 김범수가 부른 노래중 '늪'이 가장 절창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리를 했다는 그의 고백을 들으니 괜히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조관우의 고음에 근접하면서도 2절은 록버전으로 두가지 색깔을 들려준 그의 '살아남기위한 사투'가 결국 성대이상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이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3명을 고르는 청중평가단의 심사방식은 결국 '청중평가단의 머릿속에 얼마나 강한 인상을 남기느냐'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 참가 가수들이 절정의 순간에 고음을 쏟아내는 퍼포먼스에 내몰리는 것이다. 이소라가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달리 해석하지 않고 원곡 그대로 고운 색깔을 유지한 것은 어쩌면 자폭에 가까운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그가 여러 가지 구설수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탈락을 감수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창력 하나는 '당대 최고'라는 조관우가 김범수와 함께 꼴찌를 한 것은 무대 퍼포먼스에 좌우되는 청중평가단 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첫 출전한 조관우는 압박감 때문인지 선곡(원미연의 < 이별여행 > ) 실수 때문인지 자신의 색깔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는 미흡한 무대를 보여주었지만 그렇다고 꼴찌를 받은 게 온당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김범수도 듀스의 댄스곡 '여름 안에서'를 아카펠라 스타일로 새롭게 편곡하면서 자신의 음악의 다양성을 과시했으나 청중평가단의 평가는 냉혹했다. 두 가수 모두 '소리질러서 여운 남기기'라는 '막장코드'를 피하거나 아니면 무시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소리를 지르는 게 어느덧 기본이 돼 있다. 다른 나라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기기묘묘한 대화법이다. '드라마 속 현실'은 큰소리를 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한국사회 인간관계의 천박함을 반영한 것이지만 '이래도 보지 않을래?' 식의 한국 드라마의 막장성은 현실보다 한발 더 나가있다. < 나가수 > 에도 이런 막장코드가 발동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어쩌면 한국 당대의 대표 가수들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드는 방송사나 이를 즐겁게 지켜보는 한국 시청자나 평가단이나 막장이긴 마찬가지이다.
제이케이김동욱이 압박감에 못이겨 노래를 중단하고 2위 평가에도 물러날 수밖에 없게 만든 방송 시스템을 보면서 더욱 그런 느낌을 갖는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댓글 [4]
-
바람구름사랑 2011.06.21 22:09 -
Boss 2011.06.22 01:42 노래...라는것이 모두가 높은음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또 오직 높은음 만으로 만들어진곡을 "최고"로 치지도 않습니다.
또한 그들 스스로가 하는 말들이 있죠 "내가볼땐 멋진무대고 환상적이진 못하지만 훌륭한 무대" 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했다"
라는말 말입니다.
높은음...만을 가창력 이라 말하지는 않을겁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이유는 될수 있겠죠
그들이 말하는것은 퍼포먼스 + 가창력 + 무대메너 + @ 라는거죠
무리가 될만큼...을 막장이라 한다면 모든 순위경쟁 종목은 그모두가 막장 이라 불려야 할것 입니다.
마라톤 , 당리기 , 역도 , 유도...등등의 거의 대부분의 순위경쟁종목은
매 순간의 경쟁에서 거의 자신의 전부를걸고 승부를 합니다.
때로 목숨을 잃기까지도 하죠
나가수는 순위경쟁을하는 "경합" 프로그램 입니다.
또한 그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가창력의 소유자 이기도 하죠
저는 임재범이 조관우의 목소리톤 만큼의 고음역대가 아니었음에도 훌륭했다 느꼈습니다.
아낌없이 후회없이 모든것을 쏟아붓는것같은 그 열정이 아름다웠던거죠
무리...그들 각자의 선택 입니다.
김범수는 "늪" 이전에도 1위를 한적이 있고 그보다 낮은음 이었어도 그랬습니다.
원곡 그대로의 느낌으로의 편곡...그러려면 뭐하러 편곡을 할까요 그냥 원곡을 부르지...
원곡이 형편없는곡 이라서 일까요?
막장...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남발되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군요
왜 이미 만연한 순위...그리고 경쟁을 왜 특정 프로그램안에서만 거기에 목메는 모습을 "막장"이라 말해야 할까요
이미 그들은 상당히 많은것을 그곳에서 얻었죠
목에 무리가 갈정도로...라는것은 국악을 하는 사람들이말하는 "득음"을 위해
인분썪은물을 마셔야하는 고통보다도 더한 고통 이란것 일까요?
그들은 자타공인하는 "최고기량을 가진 가창력 가수들" 입니다.
그들 사이의 경쟁이란 성대결절 이라던가하는 그정도의 고통으로 얻어지는 타이틀은 아닐겁니다.
그들 스스로 얻어지는것 보다 잃는것이 더 많다고 여긴다면
이미 그들은 그자리에 없을겁니다.
제가 알기로 그들은 그들이 잃는것보다 더 많은것을 얻고있고 그것이 목적이기에 그자리에 있는것 일겁니다.
일테면 "배부른자의 투정" 쯤으로 보일만 하단거죠
그 자리에 서고싶어도 설수없는 사람들이 아마 훨씬더 많을것 같습니다 ^^
-
Suddenstop 2011.06.22 19:34 가창력에서 저음 고음 은 절대필요한 부분입니다..그게 아니라면 개나 소나 다 가수하겟죠
가수라 함은 보통사람들과는 달리 고음이나 저음이 분명 뛰어나야 됨니다..XXX 처럼 냅다질러 대는건 고음이 아니고 악쓰는거죠 ...듣는이가 악쓰는것과 고음역 에서 노래하는것을 구분할수있는 귀가 잇어야됨니다
아주 높은고음대 에서 감동을 줄수잇는 기교와 성량이 뒷받침되는 가수들이 얼마듣지 잇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않는 사람이 억지로 질러대면 듣는이가 불안하고 거북하죠
해서 고음이 가능한 가수들만이 고음을 구사해야됨니다...고음 그거 잘만내면 소름이 돋을정도로 무지 아름다운 소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대중가요는 어차피 대중이 평가하는겁니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게 아니죠(예술작품 하는것이 아니기에)..따라서 청중평가단 평가가 가장 대중적이고 정답입니다
-
야생숫곰 2011.06.24 21:38
그렇군요 ^^;;;;
윗글에 100프로 공감 합니다
결국 어떠한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도 흥행하지 못하면
살아 남기 어려운 자본 만능주의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다 보니 나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흐름에 동조되어가고
또그게 정당화 되는게 아닐런지요?
그냥 윗글 보고 제생각이 복잡하여 두서 없는글 몇자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