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과 종이와 여행
2009.09.02 00:22
얼마전에 제가 가방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혼자 명동을 돌아다니다가 'GAP' 매장에서 적절한 가격의 빈티지한 가방 하나를 구입했습니다. 저는 돌아다니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여행은 또 좋아해서요. 이 가방이 여행다니기 참 좋아보였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노트북의 지름신이 마구밀려오는데 저 같은 글쟁이는 때로는 노트북이 참 불편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여행을 다닐 때, 넷북이라던가 이런 휴대성이 좋은 노트북들을 많이들 선호하시는데 저는 그 대신에 펜과 종이를 가지고 다닙니다. 일단 부피가 적고 신속함이 보장이 됩니다. 저 같은 글쟁이는 머릿속에 뭔가가 떠오르면 바로바로 그 자리에서 메모를 해놔야 하는데 노트북은 사실 너무 불편합니다. 부팅을 해야하고 메모장을 열어놔야하고 타이핑을 해야하고 배터리 떨어질까 걱정해야 하고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번에 새로 산 가방에 제가 주로 들고 다니는 펜과 노트들을 넣으니 아주 좋습니다. 거기에 책 한 권이 추가 되니 딱 좋더군요.
저는 여친님이 선물해주신 3구짜리 몽블랑 펜파우치에 몽블랑 만년필 하나, 여친님이 선물해주신 워터맨 수성펜 하나, 그리고 역시 여친님이 선물해주신 크로스 볼펜을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로디아 넘버 12 메모패드에는 이리저리 잡다한 것들을 적어가지고 다니구요. 다이어리는 이전에는 오롬 바인더에 프랭클린 플래너 속지를 넣어가지고 다녔지만 지금은 몰스킨 1년 6개월짜리 다이어리 하나와 몰스킨 노트하나, 로디아 노트 하나를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가끔은 트래블러스 노트도 가지고 다닙니다. 그리고 책 한 권과 MP3 하나, 가끔 DSLR이 무거워서 올림푸스 똑딱이 디카 하나 가지고 다닙니다. 딱 좋죠? 몰스킨 노트에는 거리에서 본 사람들의 모습이나 카페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말들, 소설의 줄거리나 구상 등을 그때그때 적습니다. 이런 것들이 훈련이 되고 자료가 되거든요.
좋은 펜과 좋은 노트는 값비싸고 가벼운 노트북 보다 더 효율적입니다. 제가 몽블랑 만년필을 너무 가지고 싶어서 일전에 큰 맘 먹고 하나 구입했는데요. 좋은 종이 위에 써지는 만년필 특유의 사각거림은 아무 글이나 막 쓰고 싶게 만듭니다. 기숙사에 돌아와서는 이렇게 적어놓은 것들을 살펴보면서 비로소 한글에 옮겨 적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한 편의 단편소설을 완성시킵니다.
사실, 여행이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DLSR에 렌즈에 노트북에 이러저리 싸들고 다녔지만. 여행을 만끽하기 이전에 몸이 축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최소한의 짐으로 여행을 다닙니다.
사실, 여행을 떠나서도 컴퓨터나 인터넷에 속박되어 있다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잠시라도 컴퓨터에서 벗어나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이렇게 좋은 밤에는 TV도 끄고, 컴퓨터도 끄고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며 고전 한 편 읽어보시는 것도 하루를 기분좋게 마감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여유는 생기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잠시 컴퓨터를 꺼 두시면 윈포도 트래픽이 많이 줄어들겠죠? ㅎㅎ
좋은 가을밤 되셔요.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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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no 2009.09.0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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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ang2 2009.09.02 09:45
아~
속박됨이 없는 자유로움이여....
어딘가로 훌~쩍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음은 또 얼마나 큰 행복일까요?
만년필과 메모지 그리고 똑딱이..너무 여유로운 모습이네요.
그리고 그런 님의 취향을 알아 선물까지 배려해서 챙겨주는 여친까지....
때로는 비움이 또는 가벼움이 더욱 큰 여유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죠.
디지털을 잠시 떠난 아날로그로의 여행....
모두가 잠든 밤 자그마한 무드등 하나에 은은한 불빛이 더욱 매력적인 아날로그식 튜너
그리고 튜너에서 흘러나오는 흐느끼듯 방안을 휘감고도는 여성 보컬째즈곡.....
느낌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아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벌써 가을인가????
좋은 날 되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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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7 2009.09.02 21:19 글을 참 잘쓰시네요.
잠시 뒤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짧은 에세이같네요..
덕분에 10분간의 여유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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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과 종이..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네요..
디지털세상에 살고있지만 아날로그만의 짙은향기는 잊을수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