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도 되고 가슴에 와닿는 글이라 한번 올려봅니다.
2010.11.16 23:14
이메일과 블로그, 메신저는 주요한 소셜 네크워크 방식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대인 관계에서 당신을 바보처럼 만들고 있진 않은가? 나는 그랬다.
at work 일할 때 이메일이 실용적인 도구로 부상하는 순간은 누군가에게 요구(혹은 부탁, 지시 등 약간 껄끄러운 얘기)를 해야 할 때다. 거래처 직원에게 까다로운 요구를 해야 할 때나 부하 직원에게 한 번 시킨 일을 다시 시켜야 할 때 같은 경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얼굴을 보며 얘기하는 건 그 자체로 스트레스일 수가 있는데 이메일은 그런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해준다. 몇 년 전 나는 이메일의 실용성을 깨닫고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나이는 같은데 후배로 들어온 동료에게 부탁을 하기가 껄끄러워 항상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정확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었고 사소한 오해가 쌓여 점점 더 어색한 사이가 돼버렸다. 나중에는 거의 대화도 나누지 않을 만큼 말이다. 이메일에는 어떤 감정적인 요소도 없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원하는 적정한 정도의 감정이 실린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달필이 되어야 하는데 급하게 이메일을 작성해야 할 때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경직된 어조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과도하게 친근한 어조의 이메일을 보내면 어떤 경우라도 상대방은 기분이 상하게 된다. 호주의 사회적 이슈 전문가 존 레나르시크는 “사소한 것까지 전자적인 형태로 처리하면 미팅이나 인터뷰를 할 때는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특히 친분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으로만 의사소통을 할 경우 오프라인에서의 관계 형성에는 더욱 곤란을 겪게 돼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수시로 오가는 유연한 의사소통은 공고한 친분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무적인 대화란 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얘기를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단계의 소셜 스킬이다. 이것은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욱더 당신을 두렵게 만들 것이다. 만약 당신이 거래처 직원이나 직장 동료들과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선의 방법은 연습하는 것뿐이다. 이메일이라는 최후의 도피처는 당신을 점점 더 고립시킬 뿐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with friends L과 나는 대학 동기로 사회인이 돼서도 막역하게 지낸 5년 지기 친구였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지금은 그때처럼 만나서 수다만 떨어도 한 달 묵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그녀가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나와의 약속을 연달아 깬 데서 시작됐다. 수년 만의 연애를 적극 응원해주기 위해 두세 번 정도는 참았지만 어느 날 울며불며 남자친구와 헤어지겠다는 연락을 받고 서둘러 택시에 오른 순간 날아든 메시지에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어떡하지? 오빠가 집 앞에 왔어. 미안해. 오늘은 못 만나겠다.’ 나는 ‘알겠다’라는 세 음절만 전송하고 그대로 택시를 돌려 집으로 왔다. 그때의 분노는 남극을 녹일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극렬한 것이었으나 그녀가 직접 찾아와 사과만 했더라도 눈 녹듯 풀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찾아와 사랑스러운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사과하는 대신 싸이월드 방명록에 ‘정말 미안해’라고 비밀 글을 남기는 것을 선택했다. 4년 전 나의 자취방에 사과의 의미로 푸른 사과를 캔버스 백 가득 담아 가지고 왔던 사랑스러운 친구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레나르시크는 친구의 블로그에 코멘트를 남기는 것은 우정을 만회하려는 노력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정을 갈고 닦는 건 실제로 만나서 얘기 나누는 것에 달려 있어요. 인간은 누군가가 슬퍼할 때 그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주는 ‘터치’를 통해 감정을 교감하기 때문이죠.” 내 눈을 바라보며 “정말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과 단 1%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정말 미안해’라는 다섯 글자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내 앞에 등장하기까지의 수고로움, 내가 용서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 모두를 무릅쓰고 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고, 후자는 인터넷에 접속해 온라인 페이지를 열고 다섯 음절을 타이핑하는 성의 없는 행동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스크린 뒤에서 손만 내민 꼴이었다! 결국 5년간의 우정은 다섯 음절에 손상됐다. 당신에게 소중한 친구가 있다면 부디 메신저나 방명록 혹은 이메일을 사과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비겁한 생각은 하지 않기 바란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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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ruM 2010.11.1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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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2010.11.17 10:27 아주 짧은시간을 생각해도 우리는 참 많은것을 생각할수 있습니다.
그 생각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려 해보신적이 있을거구요
내용 같은거야 무언들 어떻겠습니까 다만 내 생각을 전달하려는 과정인것을요
그런데 말로 전달을 하려해도 처음의 그 생각을 온전히 전하기 어렵다는것 아마 느끼신적이 있을거 같습니다.
"내 어휘력이 고작 이정도군..."하신적 있을거 같군요
한참을 얘기 해줘도 도통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겪어보셨을거 같구요
그나마 글보다 정확하게 전달할수 있는 대화(말)이라도 그렇습니다.
하물며 저마다 다른 이해력과 어휘력 단어선택능력등등...
각각이 가지는 개념의 차이와 이해도의차이로 소통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상대방이 하려는말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할때 그나마 최소한의 소통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럼에도...상대가 말하려는 목적(말뜻)을 이해하려 보다는
애초 상대의말을 지레짐작으로 단정을짓고 "절대 네말엔 동의할수 없어" 하는사람 있죠
저도 어쩌면 그랬을거 같기도 합니다. ^^
상대의 말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려하기보다 그 상대가 전달하려는 내용 정도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거 같아요 ^^
어설픈 문장력으로 "내뜻을 관철시키고야 말겠다"하는 그런 사람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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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Full루 2010.11.17 14:16 새겨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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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다껌 2010.11.21 09:30
너무 당연한 말이라 그다지 와닿지 않네요. 평소에도 사과 같은건 직접하는 쪽이니.. 신조가 앞에서 못할소리 뒤에서 하지 말자 여서 어지간한건 다 직접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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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특히 남에게 사과를 해야 할 때의 부담감 및 두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근데 직접 대면하는 대신 저렇게 웹상에서 몇 글자 적는걸로 내 마음이 전해졌다고 생각하는건 진짜 큰 착각입니다
남에게 사과하는 최고,최선의 방법은 직접 만나는 것이고 이게 정말 힘들다면 적어도 전화라도 하는게 맞습니다
그 외의 방법은.. 특히 웹상에서 몇 글자 치는 건 씨나락도 안 먹힐 뿐더러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마저 날려버리는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