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노력

2012.03.26 02:07

지구여행중 조회:1939

일을 하겠다는 노력도, 출가를 하겠다는 노력도 하지 말라. 그대의 그 노력이 장애가 된다. 일어나게 되어 있는 일은 일어날 것이다. 그대의 운명이 일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면 그대가 아무리 일하려 해도안 될 것이요, 일하게 되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일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더 큰 힘>에게 맡겨 버려라.


ramana.jpg

라마나 마하리쉬, 깨달은 그의 두 눈과 마주하다

처음으로 내가 어떤 눈을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지금 어떤 눈을 하고 있는 걸까진지하게 고민하게 해 준 분이다. 처음으로 열렬하게 스승이라고 부르고 싶었던 분, 라마나 마하리쉬.

처음 그의 두 눈을 마주하고서 느꼈던 깊은 감동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비록 사진이었지만 그의 두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투명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한 동안 그의 사진이 꼬깃꼬깃해 지도록 넣어 가지고 다녔었다. 생각날 때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 보았다. 마음이 제 갈 길을 몰라 방황할 때도 그의 두 눈을 하염없이 들여다 보곤 했다. 그냥 들여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졌고 아직은 꼬질꼬질한 나의 삶과 마주할 용기를 내곤 했었다.

그러다 한 동안 그를 잊었었다. 세상에서 해 보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10여 년의 시간 동안 나는 차츰 그를 잊었고 그의 사진도 잦은 이사를 하면서 무덤덤하게 버려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의 두 눈과 마주하고 있다. 집착 끝에서 오히려 구도심을 찾은 나는, 한 동안 내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그를 다시 찾게 되었다. 차분하게 읽을 수 없었던, 너무나 어려워 힘겹기만 했던 그의 글도 펼쳐 들었다. ‘10년의 세월을 아무렇게나 보내었던 것은 아니구나하고 그를 마주하고 나는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 어느 때보다 그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맑고 깊고 평화로운 두 눈과 마주하는 것이 더 이상 힘겹지 않다. 이제는 그의 눈을 들여다 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눈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나는 지금 어떤 눈을 하고 있을까, 나는 지금 나 자신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지금 어떤 눈을 하고 상대방을 그리고 세상을 보고 있을까.

그의 눈을 통해 그의 평화와 깨달음을 깊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의 존재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눈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내가 지금 얼마나 깨어 있는지, 내가 지금 어떤 생각과 감정에 있는지, 그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누군가에게 평화를 선물하고 싶다면 자기 자신의 평화가 먼저임을 그 존재로서, 그리고 삶으로서 알게 해 주신 그의 두 눈을 매일 마주한다. 마음 깊이 스승으로서 그를 믿고 따르며, 매일 스스로와도 마주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 어떤 눈을 누군가에게 그리고 세상에 투영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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