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비움과 채움

2014.09.07 10:30

둔갑고수 조회:1095

 

일전에 끄적거린 토막글이 있어 올려 본다.

요사스럽고, 호들갑스러운 점령군 같은 

수입 산 휴일에 비하면 참으로 멋진 우리의 명절이다.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추석 되었으면 하는 바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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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채움

채움이 비움을 위한 것이 아니듯
비움도 채움을 위한 것이 아니다. 
  
채움이 비움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채움이 비움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움은 그 채움을 가리지 않을 뿐이다.


비움을  위한 채움이 부질없듯 
채움을 위한 비움도 부질없다.
채움도, 비움도, 욕망일 뿐이다.
 
비움과 채움은 조화로운 어울림의 다스림이다.
없는 듯 있는 것이 비움이다.


 불현듯 생각나는 짧은 글들 中에서

 법정스님.불일암.의자_.jpg


법정(法頂) 스님이 쓰던 낡은 나무 의자가  

한동안 우리 삶에 잔잔한 화두(話頭)를 던진 바 있다.   
우리는 그것을 법정의 라 한다.
비움과 채움​을 이야기 하기 전에 
소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왕 나온 말이니 
법정 스님에게 평소 따져 묻고 싶었던 
선문답 같은 횡수(橫手)를 하나 늘어놓고 가자.

까까 중의 무소유와 머리털 긴 내 무소유가 같은 소유요? 
가질 필요가 없는 자의 무소유와 
가져야 할 자의 무소유가 어찌 같은 소유가 될 수가 있겠는가?
어디 대답을 좀 해 보시구려!
세속의 소유가 얼마나 큰 고행(苦行)이란 걸 잊으신 게군요! 허, 참!
세속의 번뇌를 거두어 씻는 것이 부처의 가르침일진대
절간 뜨락에 묻어 놓을  번뇌를 세속에 던지고 가신 연유가 무엇이오이까?   
스님! 이 화두에 무효를 선언하시고 거두어 가심은 어떨는지요? 

요즈음은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정보 창고가 있다. 
한 번의 검색으로 무수히 쏟아지는 "비움과 채움"이 있다.
그림, 조각, , 책, 건축,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미학이니, 수행이니, 철학이니 다양하게 표현들을 하고 있다.
그것들을 다 섭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체로 공통된 내용은 비우라는 것이다.
책 한 권 속을 시종일관(始終一貫) 비우라고 강요하는 책도 있다.  
그 책들을 읽었느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 

어느 날, 그 비움에 어떤 저항적 기류가 내 몸속에서 일면서
나도 "비움"이라는 화두를 내다 걸었다.     

잠을 자다가 신통력에 이끌려 벌떡 일어나 쓴 글이 아니라 
상당히 오래전부터 의문을 가지고 생각을 거듭해 왔다.
이 몇 줄의 "비움"에 관한 글을 완성하면서
나는 낄낄거리며 소리 내서 웃고 또 웃었다.
세상의 비움에 맞서는 비움을 얻었다기 보다 
숨어 있던 내 비움을 찾았다는 비명이다.
비움과 채움은 저울과 같은가 하면 또 다른 관계에 있다. 
어느 한쪽을 비우거나 채우게 되면 다른 쪽의 욕망을 부르게 되어있다. 

비움과 채움은 조화로운 어울림의 다스림이다. 

이것이 내가 비움을 찾아가는 또 하나의 다스림의 시작이다.
비움도, 채움도 없는 사색(思索),
이 또한 사색을 위한 좋은 다스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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