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여자를 품은 수도승

2011.06.26 14:40

기수 조회:2081

여자를 품은 수도승

젊은 수도승 둘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평야지대를 지나고 산을 넘자 급류가 흐르는 강이 나타났습니다. 강가에 한 여자가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강 건너 마을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강 이쪽과 저쪽에 밧줄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물살이 너무 세서 여자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수도승이 급류가 흐르는 강을 건너려 할 때 여인이 다가와 강을 건널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절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강 건너 마을에 병든 아버지가 있어서 꼭 건너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의 말을 듣고 두 수도승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들은 말없이 단지 서로의 표정만으로 의사를 확인했습니다.

잠시 뒤 수도승 중 하나가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먼저 강을 건넜습니다. 뒤에 남았던 수도승은 여자를 안고 강을 가로지른 밧줄에 의지해 무척이나 힘들게 강을 건넜습니다. 강을 건너자 여자는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먼저 강을 건넌 수도승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여자가 사라진 뒤 두 수도승은 말없이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침묵하며 걷던 끝에, 강을 먼저 건넌 수도승이 나중에 건넌 수도승에게 따지듯 물었습니다. “부끄럽지도 않소? 수행을 하는 몸으로 어떻게 여인네의 몸을 안고 강을 건널 수 있는 거요?” 그러자 여자를 안고 강을 건넌 수도승이하하하고 소리 내 웃으며 이렇게 응대했습니다. “아니, 스님은 아직도 그 여자를 안고 있는 거요?”

박상우 작가(동아일보2011-06-25 03:00:00)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등록일
[공지] 자유 게시판 이용간 유의사항 (정치, 종교, 시사 게시물 자제) [1] gooddew - -
9924 이 사이트 지금, 접속 되시나요? [5] 철인28호 1659 06-27
9923 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시네 [17] 기수 1982 06-26
9922 북한 고려항공 비상탈출법(펌) [5] 기수 1707 06-26
9921 대화방 들어오세요 ^^ SLIC개조 973 06-26
» 여자를 품은 수도승 [5] 기수 2081 06-26
9919 궁굼합니다. [15] 내리사랑 1357 06-26
9918 (영어 잘하시는 분)로보폼 건의에 대한 답변이 와서 번역 ... [4] 튀기미 1308 06-26
9917 아이러니하게 다리가 무너졌습니다 [9] 레고르 1754 06-25
9916 '설치/사용기'란 문서 삭제 [7] 고달픈명탐 1084 06-25
9915 노트북 mse 에서 머가하나검색됬는데? [1] 황미영 1362 06-25
9914 혹 윈7 영문 64 [1] 독수리 1062 06-25
9913 노래를 찾고있습니다. [6] 맨맨 1218 06-25
9912 오늘 한국전쟁 기념일이 네요 [12] 나비popcorn 1632 06-25
9911 윈도우포럼을 통해 가입했던 비공개토렌트 사이트중 한곳이... [5] 화이 18194 06-25
9910 인터넷에서 올라와 있는 사진을 스크랩 하는데 적합한 웹 ... [5] 옛날이야기 1494 06-25
9909 pc스피커 추천부탁드립니다. [9] Orpheus 1719 06-25
9908 여러분들은 어떤 PC스피커를 사용하고 계신지요? [18] James Dean 1656 06-25
9907 연평도의 레이더 [2] ▒벗님▒ 1419 06-25
9906 우리집 인터넷이 끈겼으요 T^T [1] Exa 1359 06-25
9905 조립견적 부탁드립니다^^ [5] 승우 1326 06-24
XE1.11.6 Layout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