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문(訃告文)
2017.07.06 09:24
부고문(訃告文)
前 전주MBC 사장을 지낸
MBC권투의 명사회자 이철원 아나운서의 부고문이 떴다.
'한국 스포츠 중계 전설' 이철원씨, 3일 오전 별세.. 향년 82세
사진은 이북5도민을 대변하는 정평률 아나운서의 블로그에서 발췌 했다.
MBC 권투 - 시그날 뮤직
아마 이 음악에 익숙한 분들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 시그널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이미 그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같이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린 음악이 잠시 끊어지는 무음 속에 금방이라도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튀어 나올 것만 같다.
<Le régiment de Sambre et Meuse>이란 행진곡이다.
프랑스 작곡가 Robert Planquette가 작곡하여 1879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프랑스의 군가로 그 맥을 잇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권투 중계를 통해 들은 이 곡은 Boston Pops Orchestra가 연주한 것이다.
이제 이철원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youtube에 남아 있는 스포츠 토막에서만 간간이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이철원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볼까 하고 youtube를 찾다가 포기했다.
80년대 초, 직장이 명동에 있었는데 권투가 있는 날은
텔레비젼을 중심으로 다닥다닥 의자를 배치한 다방에서
커피 한 잔에 땡땡이 권투 중계를 보던 그때가 생각난다.
텅 빈 사무실을 지키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부장님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곤거리는 여직원들의 잡담을 피해
살금살금 기어들던 그 시절이다.
손을 뻗어봐도 도무지 닿지 않는 컴컴한
역사의 뒷길로 사라지는 그들을 보면서
아직도 내 긴 이 새벽의 여명은
그 날의 땡땡이 커피 속의
작은 불꽃 같은 자극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지금,
고인의 혼령과 함께 적막에 깔린 옛 명동의 새벽하늘을 날고 있다.
2017-07-06, 새벽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