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억 [아궁이와 풍로]
2020.12.08 09:56
힘이 들땐 차라리 눈을 감자라고 했던가?
현실도 정치도 코로나도 뭐 하나 녹녹한 것이 없다.
날씨도 추워져서 곱씹을 것이 추억이라니
그래도 이런 추억이라도 있으니 많은 위로가 된다.
어린시절 증조할머니 방에서 같이 생활했던 터로
5살무렵 호롱불과 화로를 경험하고 살았다.
무말랭이 반찬과 메뚜기 반찬이 생각난다
그때는 지겨웠는데 지금은 그립다.
지금보다 가난했고 먹을 것도 부족했고 많이 추웠던 것 같은데
마음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던 것 같다.
아궁이에서 소여물 끓인다고 불수시개로 얼마나 쑤셔됐는지?
연기에 눈은 얼마나 따갑고 콧물에 눈물에
어렸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 여겼지만 힘들었던 것 같다.
소죽 끓이기는.... 그때의 신문물 바로 풍로다.
내 모든 고통을 한방에 정리해준 신통방통 이쁜기억에 절로 웃음이 나고 반갑다.
푸세식 화장실과
똥장군
화장실 갈때는 이놈의 남폿불을 들고 다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곤로
그리고 유년의 즐거웠던 콩서리. ㅋㅋㅋㅋ
그리고 조금 더 지나 초등학교 입학 무렵
연탄화덕과 족자(달고나)
족대 고기잡이와 어죽도 무지 좋아라 합니다.
여름밤 모기불과 별세기를 좋아합니다.
눈싸움과 썰매타기도 좋하하구요. ㅋㅋㅋㅋ
조금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가끔 숨겨둔 유년의 기억이
사탕보다 더 달달할 때가 있다.
나는 좋아합니다.
나는 우리집 굴뚝에서 나는 연기를 좋아합니다.
엄마가 맛있는 반찬과 밥을 해놓고 기다릴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해가 뉘엿뉘엿지는 초저녘에 소몰고 집으로 가는 길을 좋아합니다.
온종일 물가에서 잡은 피리 서너마리 자랑스레 허리춤에 차고
배불리 먹은 소를 몰고 미루나무가 총총히 박힌 강둑길로 긴그림자
드리우며 노을지는 저녘 뜨거웠던 태양을 추억하며 노을진 하늘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만족스런 나를 사랑합니다.
나는 소여물 냄새에 깬 아침을 좋아합니다.
거멌게 탄 아래장판에 노곤함을 지지고
새벽에 움츠린 몸을 다시 펴게 해 주시는 할아버지
장작 때는 소리에 뒤척이다 새벽별 보며 누는 소변을 좋아합니다.
뒷방 아궁이에서 불집히다 구워먹는 고구마와 밤을 좋하합니다.
군고구마와 군밤도 맛있지만 새빨간 불멍과 그 고약한
흰연기와 싸우며 돌리던 풍로와 차곡차곡 쌓여진 장작더미는
할아버지를 행복하게 했고 그런 행복한 할아버지를 보며 포근함을 느끼게 해준
하늘까지 쌓여진 땔감나무 더미를 아직도 좋아합니다.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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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호박 2020.12.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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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8 10:24
추억을 너무 자주 꺼내 먹으면 배탈납니다. ㅋㅋㅋ
반갑습니다. 둥근호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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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갑술사_遁甲術士 2020.12.08 10:28 유년이 꼭 요즘 아이들 같군요.
내가 더 늙은건가? 하하하
풍로가 있는 걸 보니 부자였군요?
우리 소 딸랑딸랑 소리 내면 소죽 기다리는 신호이고
우리 소 콧바람 씩씩 뿜으면 소죽 푸라는 협박이다.
소 마굿간과 소죽간 사이가 할머니 젖 물고 자는 우리 사랑채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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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8 10:36
한 번쯤은 부자로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어릴때는 가난해도 불만이 없었는데....
요즘은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둔갑술사님 사랑채에는 손님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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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갑술사_遁甲術士 2020.12.08 10:46 우리 할머니가 지금의 내 나이보다
한참 더 젊은 때 이야기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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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8 11:08
할머니가 보고 싶은 거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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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영감 2020.12.08 11:49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네요.
추억은 항상 그립고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우리는 숯담는 화로를 풍로, 바람 일으키는것은 풍구라고 했었는데,
지방에 따라 좀 다르게 불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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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8 13:04
그런가 봅니다. 양치기영감님! 저는 경상도인데
고향이 어디지역이신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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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병 2020.12.08 16:23
간장종지님 덕분에 옛날 기억이 납니다.
부엌 아궁이에 바람 불어 넣는 것은 풍로라고 알고 있습니다.
풍구는 볏집이나 깨 털때 사용하는 소리가 '왜롱왜롱'하고 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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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8 16:51
풍구는 큰 키네요. 저희 동네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하나 또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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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세재 2020.12.08 17:01
참으로 정겹습니다.
저는 촌놈이라 위의 것들을 거의 거쳤으며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과거와 비교할수 없는 문화적 혜택을 받고 있는데도 마음은 더 황폐해졌음을 느낍니다.
아~
그때가 그립고 그립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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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9 08:31
네 형님. 그리운게 참 많은 시절입니다.
언제까지 향수에 빠져 살 순 없지요.
또 앞으로 나아가야죠. 한발자국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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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모자 2020.12.08 17:23 마을 앞 성황나무그늘에 동네 할머니 무릎베고 자다가 깨어나면
손에 잡히는 할머님 손잡고 밥무그러 갔네유...
정겹기만한 시절이고.................
그런 시절이 다시 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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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9 08:34
지나간 것은 아름답고 현재는 슬프고 괴로운 것
마음은 언제나 미래를 바라느니.... 푸시킨의 시가 생각나네요.
가끔 한 번씩 숨겨 놓아다 꺼내 드시면 좋습니다. 추억이란 거.
그래도 present 현재는 선물이니까 현재에 충실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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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사랑 2020.12.08 18:00
아득한 시절이 되었네요
시골의 겨울밤은 유난히 길었고
우풍에 화롯불은 참 따듯했습니다.
화로를 들여올 때 넣어둔 고구마가 구수하게 익을 때 즈음
술밥을 들고 오시던 외할머니.
불멍에 깜빡 잘들다 깨서 마당에 오줌 누려고 문앞에 서면
눈이 하얗게 내려 한 낮 처럼 밤이 훤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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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9 08:37
눈내리는 곳 시원히 오줌 누면 참 좋아요. ㅋㅋㅋ
좋은 추억을 가지고 계신 것만으로도 다른이 보다 부자이지요.
술찌끼미. 저는 그런 것은 안먹었지만 그만큼 나이들진 않아서. ㅋㅋㅋ
그래도 모처럼 꺼내본 추억에 마음 따뜻했으면 합니다. 행복사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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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션에살자 2020.12.08 23:54
아싸``나는 젤 밑에 오로라까지 삭 다 아네^^??
그래도 콩서리보단 밀서리가 더 맛있고..
추억의 짬뽕 민물 국시는
지금도 영동 IC 한10분거리에서 먹는게 최곤데...
내 나이가 몇이야 썩을...
그래도 다시 없을 모든 옛 추억이 여기에 다 있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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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9 08:39
맨션에살자님 추억한자락 하셨군요. ㅋㅋ 밀서리는 못해봐서
제가 살던 곳엔 밀밭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암튼 어제 부모님 얼굴 한 번 떠올리고 힘내서
또 열심히 살아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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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의_큰나무 2020.12.09 08:38
사랑방
구들장 뜷고 올라와 볏섬의 나락을 까먹던 생쥐
쥐구멍을 밤송이로 막아놓으면
계란 껍때기를 머리에 쓰고
밤송이를 밀고 올라와서 애를 먹였다는 ... 시절
이때 사랑방에서 잠자던 사랑방 손님의 어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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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9 08:47
버들치 갈겨니(?)를 좋아하시던 통나무 큰아재님! ㅋㅋㅋ
예전에는 그러고 보니 쥐잡는 날도 있었고 소등하는 날도 있어
불끄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항상 뭔가 새롭게 시작하시는 열정이 너무 멋지십니다.
좋은 작품 접하게 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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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의_큰나무 2020.12.09 08:48
이정도는 되야 실감 날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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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6465 2020.12.09 09:29
마음 따뜻해 집니다. 정말 어린날의 기억이 소환될 것 같이 실감나는 사진
감사합니다. 정말 생생하네요. 사진 찾기도 쉽지는 않던데 아낌없는 배려에
한 번 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너무 좋네요. 두부를 하기위해 콩물을 삶는 건지
쇠죽을 끓이는 건지 밥을 하는건지 떡을 찌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궁이의 불도
가마솥뚜껑을 비집고 올라오는 하얀연기도 너무 리얼해서 좋습니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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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2020.12.10 17:34
날씨가 많이 춥네요
저도 어렴풋이 생각이 나네요 곤로에 김치찌개
연탄불로 밥하고 곤로에는 국 끊여서 해주시던 ♪(´▽`)
겨울에 군고구마 시골에서 아궁이에 남은 불로 뭍어서
먹어본 기억이 있네요 할머니 댁에서 지금은 진짜 어린시절 겨울방학 추억이 되었네요
사진 잘보구 갑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오늘 저녁은 돼지김찌 찌개가 은근히 땡기네요 ㅎㅎ
오... 그리운 시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