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 맞은 편 교회신축건물이 완공되었군요.
2010.05.16 11:18
안녕하십니까? 고달픈 민주시민입니다.
저는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에 살고 있습니다.
13년 전에 신시가지 공사가 한참일 때 입주하여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만 처음 입주하였을 당시에는 베란다 창을 통해 동쪽 끝으로 푸른 바다가 손바닥 만하게 보였었지요. ?
빼곡한 아파트 밀집 지역이면서 바다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제 아파트 앞이 5층을 초과할 수 없는 고도제한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는 넓은 터에 원형의 구조이기 때문에 원의 중심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무분별하게 고층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전체가 그야말로 벌집이 돼 버리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계획일 뿐, 시간이 흐르면서 취지가 퇴색되어 중심부에 점차 고층건물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하였습니다 - 건축주, 건축업자, 공무원들의 합작품이겠습니다.
제작년 이맘 때 쯤, 집앞의 큰 공터에 공사가 시작되더니 교회 건물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북쪽에 있었던 아담한 교회가 추가로 새건물을 지은 것입니다.
약 2년간 온갖 소음과 먼지를 뿌린 끝에..(저는 지금까지 사는 동안 목 부러진 선풍기 2대로 여름을 버티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에어콘을 장만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새교회 입당식을 하나 봅니다.
이 교회건물은 층수로는 5층 규모 정도이지만 건물의 높이는 사실상 아파트 10층 높이 가량, 거기에 첨탑은 거의 15층 높이에 육박하는군요.
이제 제 집 베란다에서 신시가지의 반대쪽, 특히 바다를 바라보기란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렇잖아도 보일까 말까 하는 틈을 아예 막아버린 것이죠.
예전에 이 교회 앞을 지나다가 이상한 문구가 적인 프랜카드가 매달린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Gold Saves You. (황금은 당신을 구원한다)
어? 이상하다 싶어 가까이 가보니 제가 잘못 봤더군요.
God Saves You.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구원하십니다) 였습니다.
홀로 실소를 지은 기억이 나는데..
저는 이 새건물을 "바벨탑"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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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루꾸루꾸 2010.05.16 11:27 -
오사랑 2010.05.16 11:34
노인분들한테 컵라면은 좀 지나친거 같네요.
안주니만 못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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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루꾸루꾸 2010.05.16 11:41 가슴뜨거워지는 사랑이 느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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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지구 2010.05.16 12:00 근데 교회가 그렇게 ㅡ멋지고 웅장하고 화려할 필요는 없는데....
다들 그렇게 짓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다락방에서 설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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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명탐정 2010.05.16 12:05
그렇습니다.
성전(聖殿)의 권위는 규모와 위압감에서 나오는 게 아닐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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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드kk 2010.05.16 12:20 사람을 위한 종교여야하는데 종교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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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보이 2010.05.16 12:22
Gold Saves You, God Saves You... L 하나가 있느냐 없으냐의 차이가
진짜 천지차이군요. 그런데 이러한 말장난같은 말이 참진리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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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2010.05.16 1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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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명탐정 2010.05.16 12:46
아파트의 운영위원회에서 알아 본 모양입니다. 구청에서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하는 고로 입주민들이 한동안 공사장 앞에서 패트병 들고 시위를 했었죠. 덕분에 패트병 두드리는 소음에 또 시달려야 했습니다. ^^ ?
소송까지는 가지 않고 교회 측으로부터 어느 정도 금전적 보상 - 가구당 20만원이 채 안됩니다. 하드디스크 2개 값이네요 - 을 받기로 한 모양이더군요. 게다가 저는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관계로 보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만.. 적절한 시기에 이사를 하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서 너무 오래 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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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노트 2010.05.16 13:54
바벨탑은 언젠간 무너지게 되어 있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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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작은별 2010.05.16 14:05 Gold Saves You.
의미심장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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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초짜 2010.05.16 14:16 가까운곳에 사시네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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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명탐정 2010.05.17 16:55
해운대신가 보군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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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2010.05.16 19:58 바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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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니 2010.05.17 00:25 ㄷㄹ2차 앞에있는 ㅇㄴㄹ교회이군요.^^;;; 전 2차살다가 1차로 이사간 동네주민입니다.ㅎㅎ;;; 반갑습니다.ㅡ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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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명탐정 2010.05.17 16:54
으어이... 반갑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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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an 2010.05.17 07:47 건축물 관련 교회나 다른 건물이나 같은 조건(?)입니다.
예전에 내가 살던 아파트 건축할 때 다른 사람 조망권 침해(?)했을 수 있겠구요.
지금 살고 있던 집은 앞 집에 가려 벽을 보고 삽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종교 관련 건축물들이 세계적으로 크고 유명한 건축물일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교회 건물보다는 그런 성전(?)을 짓도록 허락하는(?) 신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정해진 땅에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지 않고 모든 건물들이 바벨탑(?) 말고는 방법이 사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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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명탐정 2010.05.17 16:54
이해합니다.
전 교인이 아니지만 제 집 북쪽에 있던 교회 건물은(지금 사는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습니다) 아담하니 예쁘고 그 뒷편에 작은 공원이 있어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이기에 전혀 불만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새로 지은 건물이 들어서는 곳이 5층 이상은 올릴 수 없(었)던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건물이 제대로 지어진게 아니고 옆, 뒤편에 주거지와 상가를 피해 기형적인 구조로 지어졌기에 예술적 의미로는 무가치하다고 느껴서 말이죠.
저희동네 새로 지은 교회 앞에서 노인분들 컵라면 나눠주시더군요.
어떤 노인분께서 "밥을 줘야지 라면이냐" 라면서 화내시더군요.
지역 사회에 헌금을 환원하는 가슴 뜨거워지는 모습이 참 훈훈하였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