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오이갤을 보면 유독 중용의 도를 설파하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성향이 어쩌니, 편향이 됐니, 뭐 왜 굳이 인터넷에서까지 색깔을 나누고들 싶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오이갤의 (정치적) 다양성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꽤 있더군요.

그래서 다양성에 대해 간략하게 논해보고자 합니다.


요즘 갈수록 다양성이 사회의 화두로 대두되면서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만

그 부작용인지 모든 사안 및 사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반드시 다양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가면 모든 생각과 주장은 나름의 타당한 면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죠.

이런 주장은 일부 분탕종자들(ㅇㅂ 애들이라든지)이 차용해서

자신들의 말도 안되는 궤변을 정당황시키는 데에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이게 내 생각인데 왜 탄압함? 이런식으로)


일단 다양하다 = 다 옳다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여기 A라는 사람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시다. 이 사람의 주장은 존중받아야 할까요?

아니죠. A가 어디 중세에서 타임워프해온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주장은 틀린거고 A는 멍청한 거죠.

어떤 논점이 있을때 '반드시' 양 쪽의 주장이 모두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다양성의 함정입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주장은 다양합니다만 그 다양한 생각과 주장이 모두 타당한 것은 아닙니다.

이 함정을 인지하지 못하면 파시즘이나 지역주의와 같은 명백히 '잘못된' 주장들을 부정할 수가 없게 되죠.

가끔 지역주의를 들먹이거나 헤묵은 색깔론을 내세우는 분탕종자들이 보입니다만

아닌 건 아닌 겁니다. '저 의견에도 나름의 타당한 점이 있겠지'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역/인종의 편차는 환경의 차이로 인한 것이지 지역/인종의 고유 기질이 아니라는게 진작에 판명되었죠.

천동설을 주장하는거나 다를거 하나 없습니다.


그리고 같은 맥락의 이야기입니다만 '다양할 수 있다'와 '다양해야 한다'를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현 시대의 쟁점, 이를테면 '사형은 존속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자연스레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만

'살인은 잘못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양한 대답이 나오면 그 사회는 좀 이상한 겁니다.

각 개인의 생각은 다양하지만, 동시에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일종의 공통분모 역시 존재합니다.

다양한 사물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이루는 위의 짤처럼 말이죠.

다양성에 있어 중요한건 개개인의 사상과 선택의 '자유'지 이것저것 섞여있다는 '결과'가 아닙니다.

각자가 생각하고 판단한 끝에 도출한 결과가 일치한다 한들 그것이 문제가 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 오이갤에서 특정 정당이 까인다고 불만을 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일단 그 정당이 '집권 여당'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집권 여당이라는건 원래 까이기 쉬운 위치입니다.

국정을 운영하는 입장이니까요. 자연히 운영상의 실책에 대한 책임을 전부 떠맡게 되지요.

그리고 현재 이 집권 여당이 깔끔한 일처리로 민중에게 신뢰를 주었냐 하면, 그닥 그렇지가 않습니다.

여야를 가르는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부정, 그것도 강력한 권한에 맞는 엄정한 중립성을 지녀야만 하는

'국가 정보 기관'을 통한 부정을 저질렀으며, 최근 있었던 커다란 재난에도 실망스런 대처를 보여줬죠.

특히나 초기에 발표했던 바와 이후 밝혀진 '사실' 사이에 괴리가 있어 신뢰를 와장창 깨먹었습니다.

이렇게 처신하고도 꾸준히 사랑과 신뢰를 받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상황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을 까는 사람이 많으니 여긴 편향된게 틀림없어!'라고 생각하는건 오류입니다.

과학자들이 죄다 천동설을 부정하니 과학계는 편향되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아닌걸 아니라고 하고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좌우 프레임에 갇혀 니편 아니면 내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만

여당을 비판한다 = 야당을 긍정한다? 이 역시 크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여당이 싫은건, 그냥 여당이 싫은겁니다.

물론 여당이 싫으니 여당에게 표를 주진 않겠죠. 여당을 막기 위해 야당에 표를 줄 수도 있습니다.

허나 그게 곧 야당을 긍정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야당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건

개를 싫어한다고 해서 사람을 고양이빠로 매도하는거나 마찬가집니다.

많은 분들이 잊고 계신데 현재 대한민국 야당 지지율은 여당보다 낮았으면 낮지 높진 않습니다.

다양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남들을 둘로 나눠 몰아넣고 있으니 실로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네요.


정치는 패싸움이 아닙니다. 특히나 민주사회에서의 정치는 국민이 정치인을 대리로 내세워 나라를 운영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시 그들을 평가해서 잘한 놈은 냅두고 못한 놈은 갈아치우는 일종의 대리 업무입니다.

국민이 집권당의 실책을 지적하는 것을 두고 야당의 끄나풀이라 보는 것은 상당히 천박한 관점이죠.

정당을 놓고 벌이는 편가르기는 정당의 이익집단화를 가속시켜 부정과 부패를 불러올 뿐입니다.

안그래도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구태 정치인들 덕에 답답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만

오이갤 유저분들이 적어도 그치들보다는 성숙한 정치관을 가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처 : https://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097&l=262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