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백신 점령한 ‘비트디펜더’
2010.03.03 07:57
국산 백신 점령한 ‘비트디펜더’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최근 국내 시장에 백신(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 제품이 때 아닌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개인용 무료백신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국내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백신 제품이 더 많아지는 모습입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백신 시장은 안철수연구소 ‘V3’, 하우리 ‘바이로봇’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SGA(옛 에스지어드밴텍)의 ‘바이러스체이서’ 정도만이 두드러진 공급 활동을 벌였습니다.
외산 백신의 경우엔 맥아피, 시만텍, 카스퍼스키, 트렌드마이크로가 전부였지요.
2년 전 NHN과 이스트소프트가 각각 개인용 무료백신 ‘네이버 백신(옛 네이버 PC그린)’과 ‘알약’을 출시해 단숨에 엄청난 사용자를 확보하며 큰 파장을 일으키더니, 갈수록 무료백신 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V3’와 함께 초창기 출발한 에브리존 ‘터보백신’도 최근 ‘터보백신 프리’라는 무료백신을 출시했고, 앞서 마이크로소프트가 ‘MSE(마이크로소프트 시큐리티 에센셜)’을 지난달 공식 발표했습니다.
2일에는 SGA가 유료 제품인 ‘바이러스체이서’와 차별화된 ‘SGA24’라는 브랜드로 무료백신을 발표했습니다.
어베스트, AVG와 같은 외산 유명 무료백신들도 이미 국내 파트너나 지사를 통해 공급되고 있지요.
그런데 국내 업체들이 출시하는 백신 제품명을 나열하다보니 새삼스럽게 독특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안철수연구소 ‘V3’만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외산 백신엔진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네이버 백신’은 러시아 기반 카스퍼스키 엔진을 사용하고 있고, ‘알약’을 비롯해 ‘바이로봇’, ‘터보백신’은 모두 루마니아의 유명 백신인 ‘비트디펜더’ 엔진을 탑재했습니다. 유료로 제공되는 잉카인터넷의 ‘엔프로텍트 안티바이러스’도 ‘비트디펜더’ 엔진을 사용하고 있지요.
러시아 백신 ‘닥터웹’ 엔진이 탑재돼 있던 ‘바이러스체이서’·‘SGA24’ 마저도 최근 들어 업데이트 등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비트디펜더’로 엔진을 바꿨습니다.
사실상 V3 이외에는 모든 국산 백신이 외산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두 동유럽지역 기반의 백신 엔진들이군요. 여러 외국 업체들이 이같은 사업 방식으로 국내 시장 문을 두드렸던 점을 감안하면 NHN 경우만 빼면 비트디펜더의 완승입니다.
비트디펜더는 국내에서 엔진 공급 사업을 아주 잘하고 있군요. 외산이 시장점유율을 갖기 어려운 국내 보안 시장에서 특화된 사업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 직접 진출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지사를 둔 외국 백신업체들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을 것으로 짐작해봅니다. 특별히 들어갈 제반 비용도 없고요.
국내 업체들의 입장에서 경험이 부족한 사업에 진출하려다 보면 자체 기술력 보다는 많은 노하우가 축적돼 있고 검증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쉬울 것입니다. 개발기간과 투자비용 등 자체 개발에 따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비트디펜더’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소비자시민모임이 국제소비자연구검사기구(ICRT) 회원 11개국 소비자단체와 공동으로 전세계 28개 인터넷 보안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품질 평가에서 지데이타에 이어 두번째 순위에 오른 제품입니다.
작년에 진행된 바이러스블러틴(VB) 100% 테스트에서는 단 한번만 제외하고는 4번의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비트디펜더는 엔진사업을 벌이는 다른 백신업체보다는 기술지원이 체계화돼 있고 DB 양이 방대하면서 가격면에서도 꽤 경쟁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트디펜더’를 가장 먼저 채택한 국산 백신은 제가 알기로 ‘하우리’가 최초일겁니다. 2004년 말, 하우리는 국산 백신의 진단능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논란이 지적되던 당시에 과감히 기존 ‘바이로봇’ 엔진과 연동해 ‘비트디펜더’를 탑재해 듀얼엔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해외 진출에 힘쓰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국내용(?) 바이러스 대응에만 특화된 엔진으로는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겁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국내에 주로 공급되는 백신들 대부분이 모두 ‘비트디펜더’ 엔진을 탑재하게 됐네요.
엔진 공급 사업으로 동유럽 외산 백신들이 국내 백신 시장에 침투한 게 한두 해에 불과한 것도 아니지만 ‘비트디펜더’가 이렇게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새삼 놀랍습니다.
국산 백신 대부분이 이미 ‘외산화된 국산 백신’이 됐다고 표현한다면 너무 과할까요?
요즘 대부분의 백신 제품이 자체 기술 개발에 주력하기 보다는 외국 업체인 기술을 활용해 좀 더 쉬운 길을 찾아가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두고 초창기 백신 개발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한 전문가는 “국내 백신 기술력이 약해진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냐”며, “국내업체들이 해외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 등 악성코드 샘플을 구하기 어렵고 정보력에도 취약해 외산 백신엔진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국내에 주로 공급되는 백신에 외산 백신엔진에 의존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시행 안철수연구소 상무도 “같은 엔진을 쓰더라도 (제품 기능이나 성능에서) 차별점은 있다”면서도 “넓은 의미에서 외산 엔진만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경쟁력이나 차별성도 없고 엔진만으로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백신업체들은 자사가 공급하는 백신이 ‘비트디펜더’ 엔진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사가 개발한 자체 엔진과 함께 카스퍼스키·비트디펜더 엔진을 함께 탑재하는 듀얼(또는 그 이상)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스트소프트 알툴즈사업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정상원 이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웜이나 트로이목마를 비롯해 국내 악성코드는 자체 엔진인 테라(tera)엔진에서 주로 처리하고 있고, 비트디펜더 엔진도 오진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오진을 줄일 수 있는 업데이트검증시스템과 긴급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스트소프트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기업용 ‘알약 2.0’에 영국의 유명백신인 소포스 엔진까지 더해 트리플 엔진을 구현한 바 있습니다.
맞습니다. 모든 백신업체들이 정확도가 높고 폭넓은 진단율, 빠른 성능, 편리한 사용 환경을 제공하는 좋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 중 한 가지 방안이 외산 백신엔진을 탑재하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국산 백신 7개 중 6개 모두에 외산 엔진이 탑재돼 있다는 점. 그 중 ‘비트디펜더’가 5개라는 점. 외산 백신엔진을 탑재해 출시하는 백신 제품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이 참 씁쓸합니다.
사업 의지는 있지만 원천기술 개발 여력은 크게 부족한 국내 백신, 보안 제품 개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이유지기자의 블로그=안전한 세상]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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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보이 2010.03.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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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털도사 2010.03.03 15:35
개인무료 OS시장도 활짝열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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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보이 2010.03.03 16:01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Moblie OS 의 경우는 활짝 열려있지만, 아직 기기에 종속됩니다.
예를들어 i-Phone 을 사서 내장 OS 는 Android 로 바꾸고 싶어도 안되듯 말입니다.
(물론 방법이야 있겠습니다만, 일반적으론 힘들겠지요.)
Server 군은 사실상 UNIX 계열이 주름잡고 있어서, 호환성에선 크게 걱정할 것이 없지만
Client 군은 Windows 가 사실 평정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부분의 App. 들이 Windows 에 맞추어서 나오다 보니, 타 OS 는 좀 소외되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나마 MAC OS 가 Intel CPU 로 바꾸면서 OS 를 BSD 기반으로 바꾸면서 호환성이 어느 정도 생긴편
이나, 폐쇄적이긴 M弗 보다 더합니다.
이럴떄 생가가는 것은 Linux 기반이 Client OS 로 자리를 잡았다면 수많은 OS 가 난립을 했다 하더라도
기본 중심이 되는 커널을 중점으로 개발될 것이기에 호환성에선 문제가 적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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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spy 2010.03.03 16:35 저도 비트 디펜더에 한표를 던집니다.
v3는 오랜 동안 치명적인 사고들을 자주 쳐왔었지요.
비트 디펜더는 가볍고 검색률도 좋고, 각종 테스트에서도 상위고,
게다가 방화벽과 아웃룩 지원부분에선 항목별로 관리하기가 아주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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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롱s 2010.03.03 16:45 국내표 백신은 V3가 있다고 쳐도....
OS는.... 배끼기나 하고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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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angoon 2010.03.03 17:04 약간 허무맹랑한 말이지만...결과적으로 어떤 무료백신이 가장 좋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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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먹자 2010.03.03 17:39
비트디팬더에 자사 엔진 쓰는건
알약밖에 없지않나? 이 테라엔진은 PC지기 엔진 후속작 같고.. 소포스 넣으면 드럽게 무거울거고....
어쩃든 기본은 비트디팬더..... 좀 다른거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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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그리움 2010.03.03 19:57 비트디펜더 빌려쓰는 비용이 얼마인지 궁금합니다. 이런 말하면 국수주의자로 낙인찍힐지도 모르지만 이런것도 외화낭비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너도 나도 돈벌이를 위해 똑같은 외산백신을 수입하며 이중,삼중 아니 그 이상으로 돈을 지불하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순수 국산백신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만큼 성장하는 것인데,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훗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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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ade* 2010.03.04 10:58 한가지 여쭤봅니다..
비트디펜더니 카스퍼니 유명한 엔진을 쓰고 있다곤 하나 그것들이 전부 최신 버젼은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
mse나 avg나 avira를 쓰게 되는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구형엔진을 쓰는 경우 성능상의 문제점은 없다고 봐도 되는건가요???
db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되는건가요?
아무래도 최신 엔진이 최신 os에는 더 잘 맞을꺼 같다는 생각도 어렴픗이 들기도 한데..
고수님들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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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0.03.04 20:58 DB는 똑같지만 엔진같은 경우에 성능상의 문제는 분명 존재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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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가챠카 2010.03.05 13:19 딴소리지만서도...
기사내용을 굳이 따지고 들자면, 국내 3D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은 거의 다 접시물에 코박고 죽어야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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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은 안철수 교수의 방법이 좀 답답해 보일지는 몰라도 후진양성을 통해서 미래의 보안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키워진 인재들이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다른 돈되는(?) 사업으로 빠져나가버린 다는
점이 문제이지요. (그만큼 S/W 전반적인 대우가 좀 불합리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IT 강국이라고 외치지만 사실 IT 소비가 남들보다 빠른 강국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봐야 합니다.
외국에서의 비판이 한국은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음에도 주로 생산적인 것보다 소비적인 것에 주력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