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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야기 - 불패의 명인, 불꽃의 명인 슈사이(秀哉 1874~1940)

2010.01.02 03:37

낙장불입 조회:3561

불패의 명인, 불꽃의 명인 슈사이(秀哉 1874~1940)

1930년대, 당시 일본 바둑의 최정상은 살아있는 바둑의 신이라 불리우는 슈사이(秀哉 1874~1940)였습니다. 슈사이는 막부시대부터 이어져 온 마지막 세습제 본인방이자, 명인이었으며 불패의 명인, 불꽃의 명인으로 불리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늙은 왕으로서 명예로운 은퇴를 앞두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당시 떠오른 젊은 강자 기타니 미노루(木谷 實 1909 1 25일생~1975 12 19)와 청나라에서 건너 온 바둑 천재 우칭위안(吳淸源 1914 5 19일 중국 복건성 출신 ~  )이 호시탐탐 그에게 도전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늘 상대와 진검 승부를 해왔으며 단 한 번도 져본적이 없는 불패의 바둑의 신으로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Shusai.jpg

다무라 호주(슈사이의 본명)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메이지 유신으로 정부의 보조금이 끊기자 굶기를 밥 먹듯 하여야만 했습니다. 괴걸 슈호밑에서 바둑 공부하던 어리 다무라 호주는 선교사를 따라 미국에 가려고 했으나 이조차 선교사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좌절하게 되었고, 어느 사찰 주지의 바둑 상대로 근근이 입에 풀칠이나 하는 신세였습니다. 이 때 그는 사찰에서 기경(棋經)을 열심히 공부하는데 이것이 훗날 커다란 지식으로 활용됩니다.

 

슈사이가 조선에서 건너온 정치 망명객 김옥균을 알게 된 것은 천행이었습니다. 김옥균은 20대 혼인보 슈에이의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김옥균은 슈에이와의 6점 대국에서 승리하는데 기보 내용을 분석한 바둑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김옥균의 당시 바둑 실력은 현재의 아마추어 3~4단이라고 합니다. 김옥균의 소개로 슈사이는 본인방가에 들어가게 됩니다.

 

혼인보 슈에이는 족보에도 없고 이익에 민감한 슈사이를 골칫덩어리롤 보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 김옥균이 재차 설득하자 문하로 받아들이고, 시험 대국을 거쳐 초단 면장도 없는 슈사이에게 단번에 4단을 줍니다.(당시 단증 면허는 본인방의 고유 권한이었습니다.) 김옥균은 처음에는 일본 정부의 환대를 받지만, 차츰 눈엣가시가 되더니 기어코 홋카이도(北海道)로 유배됩니다. 이때 슈에이는 요코하마의 뱃전에 올라 석별의 정을 나누다가 차마 헤어지지 못하고 홋카이도까지 따라 갑니다. 김옥균이 또 다시 남쪽의 절해 고도인 오가사와라(小笠原)섬에 유배됐을 때에도 슈에이는 이곳까지 찾아간 유일한 인물이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둘의 우정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슈사이가 슈에이의 문하에 든지 18년 후, 슈에이가 죽고 슈사이와 또 한 명의 고수 가리가네(雁金準一)가 본인방 계승권을 놓고 격돌하게 됩니다. 슈사이의 승리였고 제21대 본인방이 탄생한 것입니다. 슈사이는 도전해오는 모든 적들을 연파하며 승승장구하고, 마침내 1914 41세의 나이에 명인으로 추대됩니다.

 

이 무렵 일본 정부가 바둑의 권부라 할 기소(棋所)를 폐지합니다. 막부시대부터 이어져온 300년 전통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경제가 궁핍해지자 1924년 재계의 거물 오쿠라(大倉喜七郞)가 앞장서고 슈사이가 뒤를 받쳐 일본 기원이 발족하게 됩니다.

 

슈사이의 숙명의 라이벌인 가리가네(雁金準一) 또한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고 일본 기원에 대항전을 요구합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가리가네의 도전장을 신문에 공개하였고, 세상 사람들의 관심속에 둘의 재격돌이 벌어집니다. 그 당시 이 둘의 격돌에 세상 사람들의 관심사가 어느 정도 였는가 하는 것은 두 사람의 대국 내용을 실은 요미우리 신문 판매량이 평소의 3배로 치솟았다는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격돌로 신문 바둑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슈사이 ? 가리가네의 2회전은 20일간의 치열한 싸움으로 이어졌고, 결과는 슈사이의 불계승이었습니다.

 

1932년 일본 전통 바둑의 계승자인 혼인보 슈사이와 청나라에서 건너 온 젊은 천재 기사 우칭위안(吳淸源 1914 5 19일 중국 복건성 출신 ~  )이 맞붙게 되었습니다. 우칭위안은 15세인 1928년 세고에 겐사쿠(瀨越憲作 ? 1889 ~ 1972)의 내제자로서 성장하였습니다. 이 둘의 대결에 세상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19세의 천재 소년과 59세의 슈사이간의 세기의 격돌이 시작된 것입니다. 7년전의 대 격돌로 크게 재미를 본 요미우리 신문이 둘의 싸움을 부추긴 것이었습니다. 요미우리는 전국의 5단 이상 기사를 총동원 해 선수권전을 펼치게 하고 그 우승자를 슈사이와 대결토록 한 것이었는데, 우승자는 공교롭게도 우칭위안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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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중국의 천재기사 우칭위안(왼쪽 당시 19)과 슈사이 명인(당시 59)의 대국 모습

그 해 10월 슈사이 ? 우칭위안의 대결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제한시간은 각 24시간, 치수(핸디캡)는 우칭위안의 정선(덤 없이 두는 것) 우칭위안은 대국이 시작되자마자 첫 수로 삼삼에 두었습니다. 다음 수로는 화점과 천원에 두었습니다. 전대미문의 이 포석으로 바둑계가 술렁였습니다. 삼삼은 오랜 세월 본인방가의 귀문(鬼門)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두어서는 안되는 수였으며, 가문의 금기사항이었습니다. 본인방가의 문하생들은 당장 명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슈사이는 후담으로 전통에 대한 도전으로 느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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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사이 ? 우칭위안의 대국보 우칭위안은 본인방가의 귀문인 삼삼에 첫 수를 두고 화점, 천원 대각선을 연결하는 전대미문의 포석을 들고 나왔다.

게다가 당시 정치적 상황으로 청과 일본이 전쟁중이었으니, 바둑판과 전쟁이 오버랩되면서 대국자들 뿐만 아니라 구경꾼들도 더욱 더 흥분하게 되었습니다. 바둑은 4개월간에 걸쳐져 두어졌으며 14번 동안 중지되었는데 모두 백이 둘 차례에 중지되었습니다. 막부시대부터 본인방은 바둑을 중지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습니다. 이 바둑은 정선, 즉 덤이 없는 바둑이었지만 14번이나 중지되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덤 이상의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합니다.

 

형세는 계속 팽팽하였으나 후반에는 흑의 우세가 점쳐졌습니다. 명인의 비세를 안타까와한 극성 팬에 의해 어느 날에는 우칭위안의 집에 돌이 날아드는 사건도 발생하였습니다. 흑이 유리하다 싶은 순간 기가막힌 백의 묘수가 등장하고 대국의 결과는 백의 2집 승리로 끝납니다. 슈사이의 투혼은 극찬을 받았고 세상사람들로부터 불패의 명인으로 추앙받았습니다.

 

대국이 끝나고 며칠 후 우칭위안의 스승 세고에(당시 7)승착이 된 수는 슈사이의 묘수가 아니라 문하생인 마에다가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고 이 발언이 각 신문에 다양하게 포장되어 대서특필되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어 본인방가 전 문하생이 들고 일어나 세고에의 망언을 규탄했으며, 결국 이 문제로 세고에는 바둑계 일선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우칭위안은 이 대국의 패배에 대해 일체의 변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는 수필집에 이 대국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세상의 오해가 있었지만 나에겐 추억의 대국이었다. 눈을 감으면 바둑판 앞에 눈을 번득이는 명인의 모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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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바둑의 성인(棋聖)으로 추앙받는 우칭위안(吳淸源 1914 5 19일 중국 복건성 출신 ~  )의 최근 모습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서는 우칭위안과 그의 스승, 세고에 겐사쿠(瀨越憲作 ? 1889 ~ 1972) 이 두 사람의 이름을 꼭 기억해 두시기를 바랍니다. 다음 바둑 이야기에 등장하는 중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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