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화에 관한 잡답..
2016.02.23 05:32
아래 글을 읽다가... 그 원인이 저인 거 같아서 적어 봅니다.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한글화에 대해서
아래 한글화에 대해 글을 적어주신 분이 있는데, 저 역시 한글화를 수십 종 해 왔던 사람입니다.
안드로이드의 문 리더 라든지.. 지금은 야후에 팔렸지만 문어모양의 일정관리 Astrid도 제 손을 거쳤지요. 갑자기 어느날 없어져 버려서 참 허탈했습니다. 국산 프로그램을 영문화 한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현재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SMPlayer나 VLC 등입니다. 주된 관심사가 멀티미디어 쪽이라서..
현재 만지고 있는 것도 대부분 그런 쪽입니다. 번역해 놓고 배포하지 않는 것도 꽤 있죠. J River MC같은 경우 시간도둑님이라는 분의 번역 품질이 워낙 좋지만 완역이 안되어 있어서 계속 완역에 도전하고 있고, zoom player같은 것도 제 손에는 완역본이 있지만 이것도 아직 제 품에만 있습니다.
정작 한글화는 해놓고 저는 다른 걸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토탈 커맨더같은 것은 한글화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uTorrent도 그렇구요. 토탈 커맨더에 있는 버그 때문에 더블 커맨더를 써볼까 싶어서 더블 커맨더도 완역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renamer 중에서도 Advanced Renamer도 제 손을 거쳤습니다만 사실 저는 토탈 커맨더의 multi rename tool을 쓰고 있죠. 번역을 꽤 하고 있다는 방증을 위해 생각나는 것만 두서 없이 적어 봤습니다.
이번에 uTorrent도 쓰다가 qBittorrent로 바꿔볼까 싶어서 실행해 봤는데 수고하신 번역자분께는 죄송하지만 도저히 쓰기가 어렵더군요.
용어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번역은 정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터페이스를 망가뜨리면 안됩니다.
이게 번역의 딜레마 중의 한가지인데 번역을 하다 보면 번역한 글자가 원본보다 많아서 시각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괴롭죠. 그래서 번역은 초벌 번역이 끝나면 인터페이스를 상호 대조하면서 넘치거나 또는 너무 짧아서 보기 싫은 경우까지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의 각 부분에 출력되는 모양까지 고려해햐 되니까 생각보다 노가다가 심합니다.
그리고 번역하다 보면 서구권 프로그램이라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단어의 배치라든가 폰트 크기를 8로 고정했다든가 하는 이유 때문에 번역해 놓으면 글자가 깨알만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귀찮아서 잘 하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는 개발자와 연락을 해서 해당 부분을 고쳐달라고 한 적도 꽤 있었습니다.
돌아가서 qBittorrent는 제가 생각하는 방식의 한글화와 사뭇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구정 연휴 기간 동안 전후로 2주 정도 시간을 많이 들여서 거의 전부 갈아 엎었습니다. 단지 제가 한 번 사용해 보려는 목적으로 말이죠.
오역된 부분도 많아서 그런 부분을 바로잡고 번역이 덜 된 부분은 완역을 하고 용어도 일관성 있게 고쳤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초벌 번역을 한 것이죠.
하지만 며칠 있다가 qBittorrent 한글 번역 관리자에게서 전체회람 메시지가 왔더군요. 좀 당황했습니다. 사실 저는 기존의 관리자나 번역자가 있고 활동 중이면 번역에 잘 참여하지 않습니다. qBittorrent도 기존의 번역이 멈춘 것처럼 보여서 제가 번역 전체를 일신한 것입니다. 그런데 메시지가 날아와서 보니까 저와는 번역 기준이 많이 다른 분이더군요.
솔직히 이런 경우 저는 기존 관리자/번역자의 의중을 존중해 줍니다. 그래서 간단히 답글을 달고 번역에서 하차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설마 그분이 매니안 회원 분인 것은 몰랐네요. ㄷ ㄷ
의견이 서로 다를 수는 있지만 저는 다른 번역자를 존중합니다. 특히 그 분이 관리자인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분쟁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라 번역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ps. 그런데 qBittorrent는 실행파일에 언어파일이 합쳐져 있는지 제가 만든 qm 파일로는 전환해도 안되더군요.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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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usGirls 2016.02.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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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Gates 2016.02.23 08:54 두 분의 가치관 모두 잘못된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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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만이 2016.02.23 12:29
솔직한 심정으로 저와 같은 분도 계실 것이라 믿는데요
가치관을 뒤로 두고 정말 초보인 나는 한글화 되지 않으면 사용에 불편함을 느낌니다.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빌어서 한글화 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갈채를 보내면서
감사한 마음도 전합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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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SMART) 2016.02.23 13:42 한글화된 유틸들을 그저 편리하게 사용하기만 해온 저로서는 알 수 없었던 한글화의 이면을 봅니다.
참여하시는 고수분들의 수고로움과 고충이 느껴지네요. vlc랑 smplayer 덕분에 잘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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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꾼사람 2016.02.23 15:05
vlc 저도 잘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사용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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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 2016.02.23 15:50
^^
이런 논의 좋아요..
이런 논의가 가능하다는 게 좋아요..
무보수 작업이니까 이런 논의가 가능한 거죠..
대가를 주고 받는 작업이라면.. 논의는 필요 없죠..
말이 이렇게 길게 오가지를 않죠..
저거 엿같네,,
저거 짤르고..
내가 원하는 사람 써야지..
-끝-
입니다.
누가 옳은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대중을 이끌고 가느냐
대중에 이끌려 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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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그림자 2016.02.24 09:07
저도 외국산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외국어 때문에 고생했지만, 실제 고생한 것이 단지 영어여서가 아니라 용어(idiom)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용어는 한글로 번역해도 그리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었구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원문 그대로 보는 것이 익숙해졌고, 굳이 한글화 하시는 분들을 말린 이유도 없지만 권장할 이유도 없는 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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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사랑 2016.02.24 13:42
저도 한글화 작업을 해보았습니다만 정말 노가다가 따로 없지요.
컴퓨터 사양이 약소한 관계로 같은 기능이면 작은 프로그램을 선호하게 되고, 인터넷 서핑중에 괜찬다고 생각되는 프로그램이면 한글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물론 구글번역, 또는 빙 번역 덕분에 일본산, 중국산을 가리지 않고 말입니다.
번역 후 사용해가며 잘못된 곳이 있는지 검토하지만 오랜 후에 잘못된 곳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더군요.
제 생각에 어느정도 다른분과 공유하려고 예전에는 몇몇 사이트에 올려두고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만 요즘은 공유하는것이 꺼려지더군요.
참 세상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많이 있더군요.
저도 불감자님처럼 요즘은 한글화해도 그냥 저의 컴퓨터에만 있게 되더군요.
예전엔 주변에 컴퓨터를 어렵게 다루는 사람들을 위해 쉽게 가르치려고 몇몇 유용한 프로그램을 한글화를 자주 했었는데 요즘은 한글화를 해도 개인적인 용도로만 사용을 합니다. 얼마전 까지 한글화 패치 사이트가 별도로 있을 때 까지만 해도 eXescape, Isobuster 최종 버전, Registrar Registry Manager, xNew, Diskstate 외 몇몇 프로그램을 공개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잘 안합니다.
저도 글 쓰신 분 처럼 번역을 해놓고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여러번 검증을 합니다. 무조건적인 자기만 아는 한글화가 아닌 가장 알아먹기 쉬운 대중적이며 표준 단어를 골라 적용을 한다는게 한글화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무리 작은 프로그램이라도 하루 이상은 보상없는 시간 투자를를 하는 것이니까요.
더군다나 한글화로 인한 인터페이스의 글자수나 칸을 다시 잘 맞추는 작업까지 한다는 것은 나만을 위한 한글화인가 아니면 공개를 하는 것이니 만큼 대중적인 편의성을 생각하느냐의 문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