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까스 검침인데요!

https://youtu.be/YVZc8_qdyjc

연휴에 온다던 비는 또 엉뚱한 집으로 배달 돼얐나? 

에잉~ 쯧쯧쯧

하는 짓들 하고는... 

2015년 10월 9일        한글날 오전(맑음)

띵~ 똥~

띵똥 띵~똥~

탁! 탁! 탁!(문 두드리는 소리)

           뉘기시요~!(큰소리로)(우라질 성질머리하고는) 

저-기, 까스 검침인데요!(갓, 얼라 둘 정도 뽑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철커덕!(문 열리는 소리)

푸다닥!, 

모자를 푹 눌러 쓴 무장 군인 같은 여성이 

다짜고짜로 신발을 벗어 던지며 부엌으로 달리듯 향한다.

한 1분 정도 아이첵(eye check)과 동시에

밸브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가스 검침 봉을 이리저리 대 본다.

그러더니 무슨 쪽지 하나를 가스 관에 붙여 놓는다.

팔짱을 끼고 멀찌감치 선 나를 돌아 보며

검침원 : !

           (집행관 같은 단호하고 강압적인 음성으로) 

           저-기, 다음 달부터는 고지서를 송달하지 않습니다.

           대신 핸드폰으로 고지를 합니다.

           핸드폰 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자신의 핸드폰에 손가락을 올려 놓고 찍을 준비를 하면서 나를 본다)

나       : ?! _ %@!$%&* _ @^@

           저-기, 핸드폰, 없는데요?

검침원 : !?

            (떫은 감 씹은 표정을 감추며)

            네?, 핸드폰, 전혀 안 쓰세요?

나      : !?(왜, 하나 사 줄겨!)

           없다는 말 못 들었수~!(퉁명스럽고 화난 어투로) 

검침원 : !? 

           으~응, 고지서를 내 보내는 수밖에...

            (우물쭈물 혼잣말 같은 선심성 발언을 중얼거리며 

             이유 없는 핏빨 선 눈으로 힐끗 한 번 나를 째려본다) 

           푸다닥! 푸다닥!

            (아까 벗어 던진 신발을 

             엉덩이를 흔들어 후다닥 주워 끼면서 

             남은 심술을 안은 둥그스름한 엉덩이가 바쁜 인사를 한다)

철커덕!(문 닫히는 소리)

창문 너머 저쪽, 

검침원의 엉덩이가 실룩실룩

심통을 뿌리며 모퉁이를 돌아간다.   

없는 내 폰에 심통을 부리는 

저 엉덩이가 나를 포기하지 않을 때 

나도 저 심술 맞은 엉덩이를 

남모르게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한다.  

카톡!

까똑~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