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김치 사업하는 굼벵이는 사기꾼인가

2015.09.04 00:27

크림슨 조회:4748 추천:10

< 사회적 관계의 가치 비용  -회원 굼벵이는 사기꾼인가 >


지인들을 상품의 가격으로 등급을 매겨 놓는다면, 그처럼 꼴 사나운 것도 없고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어도 싸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람 사는 게 당위대로만 되던가. 때로는 원치 않아도 그렇게 강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여전히 일면식도 없지만 이곳 포럼을 통해 알게되고 친해진 회원 굼벵이님과 내 관계가 그렇다.

8월 초순, 곧 죽는 소리를 하며 급전을 요청한다. 당장 배추를 사지 않으면 내일 절여야 할 배추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은 아니었다. 예전에도 급전을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냉혹하게 거절했다. 그 작은 돈이 사회적 관계를 망가뜨릴 거란 사실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그 때는 그 덕분에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허나 이번에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냉정하게 거절했지만 굼벵이님 쪽에서 거절을 받아주지 않았다. 전화와 문자가 계속 밀려왔다.

주말이라 입금이 들어오지 않으니 현금회전이 안될 뿐 월요일에 입금되는 돈으로 돌려줄 테니 백만원만 차용하자는 것이다. 생각을 해 보았다. 그 백만원이 없어진다고 내가 타격을 입진 않지만 굼벵이님에게는 타들어 가는 논바닥을 해갈하는 소나기가 된다, 이건 빌려 주는 게 맞겠다. 결국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100만원을 송금했다.

한시간 정도 지나고 다시 연락이 왔다. 고랭지 배추가 있는데 이걸 사야겠다는 것이다. 비 때문에 경매시장이 폐장되어 되돌아 가는 배추를 반 값에 사야겠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요청이었다. 나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만 판단해야 한다. 그를 믿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80만원을 추가로 송금했다.

그날 밤 열 시에 다시 급전 요청 전화가 왔다. 배추가 이곳에 와 있는데 그냥 되돌아가면 버려야 하니 헐값에라도 사 달라고 앉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상식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느낀다. 무언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이 아저씨가 도박을 하나. 앞에 썼듯이 나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위치에 있지 않다. 판단의 근거는 오직 일면식도 없는 크림슨과 굼벵이의 느슨하다면 한없이 느슨한 사회적 관계뿐이다.

회원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한다. 크림슨, 이 병신! 거기서 더 물리면 니가 멍청한 거지.

나 그리 멍청한 사람은 아닐 것 같다. 그 때 그 순간에 나는 사회적 관계의 비용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내 아이들과 나 사이의 관계, 또는 내 형제 남매들 사이의 관계. 비용을 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생명의 위기가 닥치면, 또는 하다못해 감옥에 가게될 상황이 된다면 무한한 비용을 소모해서라도 그걸 막아야 한다. 혈족이라는 사회적 관계는 그래서 무섭고, 또한 그래서 안심이 된다. 나에게 갑작스런 불행이 닥쳐도 내 형님들은 내 아이들을 적어도 사회의 동량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형님들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조카들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일면식도 없는 포럼 회원 간의 친분관계. 애매한 관계다. 도움을 청했는데 도와주지 않았고 결국 그가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남이었으니까, 라고 고개 돌린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내게도 상처가 된다.

이 미친 새끼, 겨우 30만원 빌려달라는데 그걸 못해줘! 그가 그렇게 되도록 방관할 수 있냐! 내 자신이 내게 소리지르는 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얼마의 가격이면 적당할까. 그가 1억원을 요청했고, 내가 거절하여 그가 불행에 빠진다면 난 상처입지 않을 수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와 나의 관계는 결코 1억원을 얹어도 되는 관계가 절대 아니니까.

그 때 생각했던 단어, 사회적 관계의 비용이라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나는 크림슨과 굼벵이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가치 비용을 정해야 했다. 그 때 나온 결론은 딱 백만원이었다. 그걸 넘어서는 요청은 거절해도 내가 상처입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190만원을 빌려줬다. 관계의 가치를 거의 두 배나 넘어서 버렸다. 무언가 논리의 추가가 필요하다.

나는 그의 사업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업이 잘 되길 빌었고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를 돕고자 했다. 안해도 되는 김치 품평을 굳이 그에게 전달했고, 배추 절임의 방법과 시간 그리고 탈수 시 미네랄의 유입과 맛의 변화 같은 것을 누구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나는 깊은 사색을 통해 내린 결론을 그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그가 명품김치를 출시했을 때 아래에 첨부된 글과 같이 완곡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꽤 사력을 다해 그것을 막고자 했다.

그래서 나는 굼벵이와 크림슨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가치를 3백만원으로 상승시켰다. 내가 그에게 투입한 애정의 가치가 기회비용으로 환산하면 한 2백만원은 되어야 내 자존감에 부합하지 않겠는가.

굼벵이님은 월요일에 180만원, 화요일에 110만원을 갚을 수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110만원을 추가로 송금했다. 차용 금액이 모두 290만원이 된 것이다.

형법상 사기는 상대방을 기망(그럴긋하게 속임)하여 이익을 취하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거짓 또는 일부러 진실을 숨겨 자신의 이득을 취한다면 당연히 형법상의 사기에 해당한다.

굼벵이는 약속한 날에 빌린 돈을 갚을 수 없으면서도 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이틀 뒤인 월요일에 얼마를 갚고 그 다음날인 화요일에 얼마를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그 약속 불이행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갚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짓을 통해 이익을 취했으므로 사기에 부합하는 것이다.

월요일 화요일에 입금된 수입이 충분하지 않으면 일부만 먼저 갚고 수요일과 목요일, 금요일... 이런 건 인정이 된다. 하지만 굼벵이는 3주가 다 되도록 돈을 갚지 않았다. 그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갚은 기회는 충분히 있었고 나는 충분하게 기다려주었다. 그는 전혀 갚지 않았다. 하다못해 상황이 안좋으니 30만원 씩 열흘 동안 갚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으니, 갚을 의사가 없었어도 사기 혐의를 벗어날 수 없고 갚을 상황이 안되었어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틀 후와 사흘 후에 나누어 갚겠다고 속였으니 역시 사기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3주가 될 무렵에 갚지 않으면 포럼에 사실을 공개하고 법적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그에게 연락했다. 그날 오후 늦게 90만원이 입금되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9월 2일에 갚겠다고 했다가 다시 3일에 갚겠다고 수정했다. 나는 물론 받아들여 주었다. 그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말이다.

조금 전까지 그는 사기행각을 지속했다. 이동 중인데 들어가는대로 송금해 주겠단다. 약속된 9월 3일이 넘어갔다. 결국 포럼에 알려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 나와 굼벵이와의 관계를 포럼의 회원들 누구도 모르듯이 포럼의 다른 회원들과 굼벵이와의 관계 또한 나는 전혀 모른다. 포럼에 게시하고 급전을 구하는 게 아니고 일대일로 요청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누군인지 전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또한 다른 피해자의 출현은 일단 최대한 봉해 놓고 법적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그 와중에도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천만분의 일이라도 있을 테니까.

지난 밤에도 1시 20분에 급전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그 시간에는 가족간에도 전화하지 않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그 시간에 누구나 전화 거는 게 상식적으로 인정되는 사회라면 우리는 대부분 전화기를 꺼 놓고 밤을 보낼 것이다. 그렇지 않는 이유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시간에 전화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믿음 때문이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중앙선을 넘지 않을 거라는 걸 믿어야만 운전이 가능하듯이 말이다.

그가 나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했을 때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사업 안 해 보셨지요?"
그게 그의 대답이었다. 사업 안해보셨냐는 되물음의 이면에 있는 굼벵이의 진심을 추적할 능력이 내게는 없지만, 나는 그의 말에서 나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갚지 못할 걸 알면서도 빌려주게 만드는 것도, 갚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뻔뻔한 그런 대답도 모두 사업의 기술이며 수완이라는 어감으로 들었다.

결론을 내자면, 모든 사회적 관계는 그 친분에 걸맞는 가치가 화폐가치로 환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말에 동의하시는가.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혈족처럼 무한대의 가치만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말일까, 그게 가능할까. 그런 사람은 너무 폐쇄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폐쇄적으로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굼벵이와 돈 거래 만큼은 하지마시라. 그의 김치는 가격에 비해 먹을만 하니 아직 안먹어 본 분은 먹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김치에 아무리 감동해도 돈 거래 만큼은 절대 하지마시라.

회원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크림슨 드림



< 첨부 : 크림슨이 굼벵이에게 보냈던 2백만원 짜리 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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