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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재난안전팀 '러셀' 대원 이야기

2014.02.15 22:31

asklee 조회:1298

설악산 재난안전팀 '러셀' 대원들의 얘기입니다.

어찌 사람이 이렇게 간사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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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걷겠다는 거구 남성 업고 하산했더니…

무엇보다 대원들이 씁쓸해 하는 건 위급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간사한 단면이다. 손경완 대원은 출입통제구역에서 허리 부상을 입고 쓰러진 조난객을 구하러 갔다가 자초지종을 듣고 기가 찼다고 했다. 아무리 “도와 달라”고 소리쳐도 등산객들이 “힘내라”는 말만 하고 다들 내빼더라는 것이다. 매서운 눈바람을 견디다 못해 “살려 달라”고 애원하자 한 등반객은 “나도 불법 산행 중이라 신고하면 과태료를 내야 해서…”라며 지나쳐갔다. 다행히 누군가 구조신고를 하긴 했지만 접수요원이 자세한 위치를 물으려 하자 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걸려온 번호로 다시 걸어 보니 발신자 추적이 안 되는 공중전화였다.

산에서 편하게 내려오려고 환자 행세를 하는 ‘나이롱 조난객’들도 많다. 중상자는 헬기로 이송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면 대원들이 등에 업고 하산하는데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손형일 대원은 “양 발목이 다 삐었다”며 주저앉은 체중 90kg의 남성을 2시간 동안 혼자 업고 내려왔다. 거구의 남성은 “조금도 못 걷겠다”고 하소연했다. 손 대원이 주차장까지 업고 가 “여기 맞죠” 하며 내려주는 순간 그 남성은 “아이고, 고생하셨네”란 인사만 남기고 관광버스로 뛰어 올라갔다. 러셀 작업은 허리와 무릎에 하중이 많이 가 대원 대부분은 무릎 관절이 좋지 않다. 손 대원 역시 무릎 연골이 거의 닳아버린 상태다. 손 대원은 “내 무릎이 나가는 것도 억울하지만 그런 분들 때문에 정말 위급한 신고가 들어와도 빨리 출동을 못하는 게 더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부상 신고가 들어와 “병원 응급실까지 모셔드리겠다”고 안내하면 “그럼 올 필요 없다”며 물러나는 신고자도 상당수라고 한다.

조난 신고를 해 대원들을 올라오게 한 뒤 물이나 비상식량만 받고 “알아서 가겠다”고 하는 등산객도 있다. 유규하 대원(구조경력 9년 차)은 “무거운 응급장비까지 다 메고 올라갔는데 ‘물셔틀’ ‘밥셔틀’을 당하고 나면 다시 내려오기 힘들 만큼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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