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장난감 하나 질렀습니다. ^^

https://www.safa.co.kr/product/dvr_pro9_01.asp

바로 디지털 보이스 레코더 입니다.

어떤 교수님께서 국문학도는 보이스 레코더가 필수라시길래. 공부할 때도 안샀던 레코더를 하나 샀지요.

그렇잖아도 최근에 소설에 삽입할 소리들에 관심이 있어서 보이스 레코더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서울 온 김에 용산가서 저렴한거 알아보다가 기왕 사는거 좋은걸로 사자 싶어서 하이엔드 급으로 질렀습니다. 가격은 홈페이지 보다 훨씬 저렴하구요. 십만원은 훌쩍 넘었습니다.

아무튼 이 보이스 레코더라는 것이 여느 디지털 기기하고는 참 틀리게 아주 재밌네요.

제가 원래 다른 사람들 이야기 엿듣기를 좋아하는데요. 예를 들면 카페 같은 곳에 혼자 앉아 있거나 버스를 타고 다니다보면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들에 저도 모르게 귀가 갑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참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요. 나중에 그 대화들을 기억해보다가 혼자 웃고 그러는데요. 이 보이스 레코더는 이런 이야기들을 다 담아냅니다. 특히 제가 구입한 제품은 '비밀녹음' 기능이 있는데요. 이게 아주 웃긴 기능입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액정에 아무것도 안뜨고 마치 보이스 레코더가 꺼진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누가 보면 보이스 레코더를 꺼 놓았구나. 라고 생각하겠지요.

어쨌든 잠깐 녹음해서 들어봤는데 음질은 정말 좋더군요. 녹음도 잘 되고.

가끔 머릿속에 번뜩이는 소설의 한 구절이나 제목, 아이디어 같은 것들을 녹음할 때 아주 유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보이스 레코더를 쓰면서 느낀점이란 카메라가 엿보기의 심리를 자극한다면 이 보이스 레코더는 엿듣기의 심리를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사진을 보면서 대화의 내용을 상상하지만 보이스 레코더는 소리를 듣고 장면을 상상하게 합니다. 

어쨌든 활용도가 많고 아주 재밌는 장난감임에는 틀림이 없어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 누군가가 저와 같은 생각으로 어딘가에서 몰래 보이스 레코더를 틀어 놓고 저와 여친과의 대화나 친구들간의 대화를 녹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좀 무섭네요. 사진 만큼은 아니지만 음성에도 프라이버시가 있는 법이지요. 즐기되 조심해서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도 같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