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죽을 권리’를 통해 생을 묻다

2013.07.10 21:09

지구여행중 조회:1216

사람은 태어났으니 무조건 사는 게 아니라

그 삶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하는거죠

그리고

진정으로 잘 살았다고 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죽을때 얼마나 잘 죽었는가에 따라서 그사람의 삶이 평가되는 것이죠

하루살이와 우리는 본질적으로 같은 시간길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랑 다르다고 해서 하잖게 여기거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성숙하지 않은 생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스스로 삶을 끝낼 권리를 인정해야 하나? 안락사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다. 〈오픈 유어 아이즈〉 〈디 아더스〉를 만든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안락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던 전신마비 환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씨 인사이드〉를 내놓았다. 냉철한 중립적인 견해를 유지하며 양쪽의 논점을 팽팽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씨 인사이드〉는 나름의 방식으로 끝까지 삶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라몬 삼페드로의 손을 잡아준다. 감독은 초원과 바다 위를 유영하는 카메라로 삼페드로의 꿈을 전달한다.

스페인의 코루냐주, 26년째 라몬 삼페드로는 침대에 누워 바닷소리와 모래의 온도를 상상한다. 19살 때부터 선박수리공으로 전세계를 떠돌던 그다. 25살 때 다이빙을 하다 목뼈가 부러진 뒤 목 아래로 마비됐다. 그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 훌리아가 찾아와 왜 죽고 싶은지 묻는다. "저 자신을 위해서요. 제가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비판하지 않듯이 죽고 싶어하는 절 비판하지 마세요."

영화는 '그의 삶이 이렇게 처절하니 죽는 게 더 존엄하겠죠'라는 방식으로 설득하지 않는다. 삼페드로의 주변 환경은 그리 처참해 보이지 않는다. 형은 동생 곁에 머물려고 뱃일을 버리고 농장일을 한다. 형수 마뉴엘라는 3시간마다 그의 자세를 바꿔주지만 싫은 내색이 없다. 조카 하비는 철딱서니 없지만 삼촌이 시키는 일이라면 다 하는 착한 아이다. 그의 뜻에 동조해주는 친구들도 있다.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로사는 그에게 사랑을 주며 삶의 의미를 찾아주려고 애쓴다. 퇴행성 질환으로 역시 몸이 점점 마비돼 가는 변호사 훌리아는 그와 정서적 교감과 사랑을 나눈다. 그는 "웃으며 우는 방법을 배운" 사람이고 농담도 잘 건넨다. 하지만 어쨌건 중요한 건 그가 여전히 죽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죽음은 환경이 아니라 개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가 된다. '그가 삶을 끝내길 원하니 그 자체만으로도 죽음이 존엄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겠냐'라고 묻는다.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을 심도 깊게 다루진 않지만 걸쳐는 뒀다. 가톨릭 신부가 "삶이 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라고 말하자 삼페드로는 "자유가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라고 대꾸한다. 삼페드로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장하자 신부는 생명을 사유재산처럼 말하지 말라고 응수한다. 삼페드로는 "삶은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감독은 이 장면에 우스운 설정을 버무려 진지함을 덜었다.

〈씨 인사이드〉의 무게중심은 삼페드로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안락사에 대해 무조건 박수를 보내진 않는다. 개인의 결정이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더라도 지지 받아야 마땅한지 질문을 던진다. 아버지는 마른 눈을 끔벅이며 말한다. "아들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아들이 죽고 싶어한다는 거야."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전작들이 보여준 반전이나 이리저리 방향을 트는 정교한 플롯은 없다. 영화 시작, 검은 화면에 목소리만 띄워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은 여전하다. 각색과 음악까지 맡은 감독은 클래식곡들을 서정적인 풍경 위에 띄우며 담담하지만 효과적으로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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