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 빠져보신 분 계시나요?
2009.09.29 22:16
최근에 장편소설 하나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9월 30일 마감인 공모전이 하나 있어서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그 문예지에 예전에 신인문학상 본심에도 올랐던 적이 있었고 '메이저' 문예지 이기에 욕심이 났습니다. 상금도 물론 탐이 났지만 지난 시절, 학교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로 인해 꼭 그 문예지에서 등단하고 싶었지요.
그 전에는 그냥 글을 써서 용돈 벌이 정도 했습니다. 고1 무렵부터 글을 써서 게임 스토리 작가도 해보고, SF 2권짜리 소설도 책으로 출간해봤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즐기면서 글을 썼습니다. 대략 18년 정도를 그렇게 즐기면서 썼나 봅니다. 꿈이야 수시로 바뀌었지만 글은 언제나 썼지요. 제가 정말 잘하는 것이 글쓰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저는 글 쓰는 것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정말 지독한 슬럼프여서 위염이 도지고, 입안에 뭐가 나고, 두통에 시달릴 정도였습니다. 예민해지고, 기숙사에 누군가가 찾아오면 짜증이 났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런 상태입니다.
여자친구를 포함한 가족도, 친구도, 모두 걱정을 했습니다. 일단 제가 건강이 그리 좋은 편이 못되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꼭 그 곳에서 등단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 쓰려 하는데 글이 죽어도 안써지더군요. 이건 글이 아니라 뭐랄까...무슨 쓰레기 보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내일이 당장 마감인데 포기를 했습니다.
슬럼프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피곤만이 몰려오네요. 사실 무척 졸립니다.
그런데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이제껏 저는 '어디를 목표로 글을 쓰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일단 글을 써 놓고 어디로 보낼지 고민하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촉박한 시간에 시달리며 쓰는 글 보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도 완벽한(그러나 완벽한 글이 과연 있긴 할까요?) 글을 써서 제가 원하는 곳에 보내는 것이 옳았던 거죠.
그렇다고 슬럼프가 사라졌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게을러지고, 지치고, 힘들어지고. 상당히 고달픈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는 또 줄이게 되네요. 원래부터 술은 못했지만 담배는 꽤 많이 피웠는데. 글을 안쓰니 담배를 안피우게 됩니다.
아무튼 이 슬럼프가 도대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추석에 집에서 쉬면서 몸을 재충전 해봐야겠습니다. 그동안 못 읽었던 책도 읽어보고...
그런데 사실, 이 슬럼프라는 것은 일종의 자신이 만들어낸 벽에 불과합니다. 쉽게 말하면 '핑계' 와도 같습니다. 얼마나 쉬운 핑계 인가요?
"나는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그러니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정말 간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제 자신의 의지가 박약하다는 말 밖에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은 내일 집으로 옮겨갈 책을 정리하고 생각을 좀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수 많은 기회들이 있지만 당장에 다가온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 무척 화가 납니다.
제 자신이 이것 밖에 안된다는 자괴감. 어쩌면 이것이 슬럼프의 가장 무서운 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괴감 또한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마음을 다잡아야 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슬럼프에 빠져계신 분들이 계시면, 이번 기회에 저 처럼 마음을 진정시키는 계기가 되셨으면 싶습니다.
뭔가...쓸데없는 잡담의 냄새가 나네요. ㅎㅎ 좋은 밤 되셔요.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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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름사랑 2009.09.29 23:02 -
단지단우 2009.09.29 23:18
이런 글을 올리신것 자체가 슬럼프 극복의 방법이 될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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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 2009.09.29 23:27
제 생각에는 슬럼프라기 보다는 한단계 더 높은 경지의 글쓰기에 도달하기 위한 진통이 아닌가 합니다.
잠시 글쓰기라던가, 기타 여러가지들을 놓고 조금의 말미를 얻어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지요?
기차여행이라면 더 좋은 것도 같습니다만, 차창으로 지나가는 풍경과 그 풍경사이로 오버랩 되어지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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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타임 2009.09.29 23:58 많은 분들, 답변 감사합니다. ㅠ.ㅠ
그냥 자려고 하다가 아는 분이 목요일날 서울로 차를 태워주신다고 하셔서 책 좀 가져가려고 책을 쌌습니다. 책이 무지 많네요. ㅎㅎ
여러분들의 조언에 따라 한 동안은 좀 잊으며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쌓아보는 것 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차 여행도 다녀보고(사실 서울에서 학교 가는 기차가 여행이나 마찬가지긴 하지만요. 좀 더 먼 곳으로...^^;) 책도 좀 더 많이 읽어보고 해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이번 추석에는 집에서 조용히 하루키의 1Q84 도 읽고 그동안 못읽었던 프루스트와 포크너의 소설들을 좀 읽어봐야겠습니다. 저희는 친척들 왕래가 전혀 없어서요 ^^
아무튼 읽어주시고 답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좋은 밤들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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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2009.09.30 01:07
솔직히 지금 저도 걱정됩니다. 이제 겨우 20입니다. 10월 말쯤 징병검사도 가야 하고... 주위 사람들 말로는 제가 공익쪽으로 가게 될거라 하시더군요... 아무튼, 그런 상황입니다. 대학도 2학기꺼... 돈 안 냈단 이유로 제적 당하고... 추가로... 유일한 생활력인 "기초생화수급자"도 탈퇴되기 직전인 셈이죠... 참... 암울하네요... 이제 어찌할지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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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던가요?
인생이란 길고긴 마라톤이라구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백년의 인생 이지만
그래도 근 백년을 사는동안 슬럼프가 없을순 없겠죠
아직 저도 반고개 조금 넘었지만 한두번 정도 슬럼프기간 이 잇었던거 같네요
지금 돌이켜 보면 왜그랬을까라는 후회만 남는것 같네요 물론 배운것도 있지만요
줄리안님 말씀 처럼 재충전의 기회라 생각 하시고 자신의 과거를 이시점에서한번쯤 돌아 보는것또한 나쁘진 않을것같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