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2011.07.15 14:00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도종환
차고 푸른 수평선을 끌고 바람과 물결의
경계를 넘어가는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내일 학교 가는날이라고 하면
신난다고 소리치는 볼 붉은 꼬마 아이들 바라보다
그의 눈동자에는 북해의 물방울이 날아와 고이곤 했다
폭 빠져서 놀 줄 알아야 집중력이 생긴다고 믿어
몇 시간씩 놀아도 부모가 조용히 해주고
바람과 눈 속에서 실컷 놀고 들어와야
차분한 아이가 된다고 믿는 부모들을 보며
배우고 싶은 내용을 자기들이 자유롭게 정하는데도
교실 가득한 생각의 나무를 보며
그는 피요르드처럼 희고 환하게 웃었다
아는 걸 다시 배우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배우는 게 공부이며
열의의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므로
배워야 할 목표도 책상마다 다르고
아이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거나 늦으면
학습목표를 개인별로 다시 정하는 나라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는 시험도 없고
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주아주 잘했어
이 세 가지 평가밖에 없는 나라
친구는 내가 싸워 이겨야 할 사람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멘토이고
경쟁은 내가 어제의 나하고 하는 거라고 믿는 나라
나라에서는 뒤처지는 아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교육이 해야 할 가장 큰일이라 믿으며
공부하는 시간은 우리 절반도 안 되는데
세계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며
그는 입꼬리 한쪽이 위로 올라가곤 했다
가르치는 일은 돈으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므로
언제든지 나랏돈으로 교육을 시켜주는 나라
청소년에 관련된 제도는 차돌멩이 같은 청소년들에게
꼭 물어보고 고치는 나라
여자아이는 활달하고 사내 녀석들은 차분하며
인격적으로 만날 줄 아는 젊은이로
길러내는 어른들 보며 그는 눈물이 핑 돌았다
학교가 작은 우주라고 믿는 부모와
머리칼에서 반짝이는 은빛이
눈에서도 반짝이는 아이들 보며
우리나라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침내 그는 울었다
흐린 하늘이 그의 눈물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경계를 출렁이다가도 합의를 이루어낸 북해도
갈등이 진정된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가슴도 진눈깨비에 젖고 있었다
[핀란드 교육혁명]이라는 책에 도종환시인이 서두에 남긴 핀란드 교육을 형상화한 시이다. 이 시를 읽고나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딸 둘을 키우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교육 시켜야하는지를 새삼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이라서 아이이기때문에 이해하고 알려주고 스스로 깨우치게 해야하는 것들을 때때로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어른의 입장에서 나 자신도 모르게 강요하고 얼르고 했던 기억들이 스스로를 괴롭게 했다. 더불어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치열한 교육현장속에 진입하게 될 우리 첫째가 성년이 되어 사회에 나올때가지 겪게 될 학습스트레스와 입시경쟁과정에서 느끼게 될지 모르는 좌절감 패배 경쟁의 시간들이 보인다.
핀란드의 교육시스템을 우리사회가 구현하기는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여력이 된다면 핀란드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기도 한다. 불철저한 자본주의로의 강제적이고 신속한 전개로 인해 아직도 강력하게 남아있는 천민자본주의와 선민의식이 가득한 현실 교육현실이 그다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핀란드의 무상교육에 무상이란 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고 무상교육을 속으로 바라면서도 그 실현을 위한 높은 세금에 세자만 나와도 기죽어 버리는 가정경제의 피폐함은 그 변화의 기대조차 허물어 버리고 있지 않은가.
남보다 잘나야되고 남보다 더 위에 있어야 그럴듯하게 보이고 그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을 최우선가치로 여기는 허위의식이 너무나 광범위하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더구나 이 땅의 교육위정자들의 의식자체가 그러할진대 더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이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참교육을 희망하기 보다는 이런 사회를 가져보지 못할 것 같은,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이 어른들의 헛된 욕망과 그릇된 교육안에서 떠밀려 불행한 삶을 맞이해야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선다.
교육이 바뀌려면 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사회가 바뀌려면 정치를 바꿔야한다는 기본적명제가
그래서 우리같이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절대절명의 가치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집에가면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목마를 태워줘야겠다. 내 키가 크지 않아 더 높고
넓은 세상을 보여주지는 못해서 미안하기만 하다. 내 마음의 키라도 키워야 할 듯 싶다.
[핀란드 교육혁명] 中 ;
1. 자녀교육은 시행착오조차 해서는 안 될 만큼 중대하고 섬세한 문제다. 더군다나 자녀교육에 문제가 있으면, 그것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로 남아 계속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만큼 아이들은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자녀교육의 가장 중요한 대상인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웃 아줌마의 말에 휘둘리고 사교육 논리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주체인 아이는 소외시킨 채 말이다
2. 배움이 일상화된 핀란드를 단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공공도서관과 책 읽기의 힘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도서관을 이용하여 책과 CD, 그리고 기타 자료를 연평균 20개 이상 대출한다. 한국은 연평균 도서관 이용률이 24.7퍼센트인 데 비해 핀란드는 67.8퍼센트다. 핀란드에는 도서관이 동네마다 있기 때문에 아이부터 노인까지 동네 사랑방처럼 이용한다. 도서관이 먼 동네에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실은 도서관 버스가 찾아간다. 또한 대형 쇼핑몰 안에도 도서관이 있어서 쇼핑을 갔다가 가족끼리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들르기도 한다
3.핀란드에서는 지식을 전달하는 주지적 유아 조기교육을 찾아보기 어렵다. 읽기, 쓰기, 영어, 컴퓨터 등을 배우는 교육기관 자체가 핀란드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핀란드 유치원의 시간표만 봐도 ‘놀이’, 식사 그리고 ‘수면’ 시간만 있을 뿐이다. 그 이유는 핀란드 유아 교육의 핵심이 지식 위주의 조기 교육이 아니라 실내외에서의 건전한 놀이를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키워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놀이를 통해서 핀란드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배우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놀이만 할 경우, 너무 ‘느리게’ 배운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느린’ 놀이를 참지 못하고 옆에서 과도하게 도움을 주면 아이는 스스로 배우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되며, 결국에는 타인에게 의존하는 학습 방법에 익숙해지게 된다.
4.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흥미를 느껴 관심을 갖고, 하나하나 배워가며 스스로 학습능력을 키워갈 때 자연스럽게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커진다. …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의 태도다. 부모가 어떤 심리 상태로 자녀를 대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공부 의욕을 잃었던 학생이 엄마의 변화를 보면서 공부 의욕을 되찾은 사례들이 여럿 발견되었다. … 자녀에게만 쏟던 관심을 자신의 취미생황 등으로 돌려 삶의 여유를 되찾은 것이다. 아이는 편안해진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정서적 안정을 얻었고, 공부 의욕도 높아졌다고 했다
[출처] 박봉팔닷컴 - https://www.parkbongpal.com/bbs/board.php?bo_table=B01&wr_id=10370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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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ya 2011.07.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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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user 2011.07.15 14:26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시와 글입니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그것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위한 판단일진데.....
무엇이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악다구니와 이기심) 우리 사회의 자화상에 내 얼굴도 있는듯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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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님▒ 2011.07.15 15:12
행복은 성적순인 우리나라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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