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모세와 12가지 재앙

2011.07.11 23:49

고달픈명탐정 조회:3230

몇일 전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식사를 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우연히 라디오를 듣게 되었는데 어느 목사님께서 설교방송을 하고 계시더군요.

마침 주제가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성경에 아마 '출에굽기'라고 기록이 되어 있을 겁니다.


목사님 말씀은 모세가 야훼(하나님)의 명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는 장면에서 이집트의 왕 '바로'가 고집스럽게 이를 허락하지 않자 모세가 몇가지 기적을 보인다는 것인데 이를 현대의 기독교인이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모세가 야훼의 명을 받아 행한 기적(혹은 재앙)이 12가지였다고 합니다.(제가 방송에서 듣기로는. 오늘 이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10대 재앙이라고 쓰여져 있는 곳도 있네요. 어찌됐든)

이집트의 왕, 바로가 이스라엘 백성을 놓아주지 않자 모세는 야훼의 힘을 빌어 나일강을 피로 물들게 하고, 게구리, 이, 파리, 메뚜기, 질병 등 숫한 재앙을 이집트에 내립니다.


끝까지 버티던 바로왕은 마지막 재앙에 마침내 두손을 들게 되는데요, 그것이 바로 '초태생의 재앙'이라고 일컬어 지는 것인데 이집트의 모든 장자, 그러니까 가장 먼저 태어난 생명체는 죽음을 맞는다는 저주라더군요. 이때 이스라엘 백성은 미리 양의 피을 대문에 발라 죽음의 사자가 집에 방문하는 것을 차단합니다. 그렇게 이스라엘 백성은 '초태생의 재앙'을 모면했지만 모세의 전달을 받지 못한 이집트인들은 사자의 손을 피하지 못했죠.

결국 겁에 질린 이집트 왕은 이스라엘 백성을 모세의 손에 넘겨 그 뒤 이른 바 '홍해의 기적'을 연출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지전능한 야훼가 이집트의 왕 '바로'라는 사람, 단 1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적, 아주 손쉬운 기적, 기적 같지도 않은 기적을 행함으로써, 그리하여 바로왕이 흔쾌히 이스라엘 백성을 떠나게 하였더라면 생지옥과 같은 12가지 재앙은 전혀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

왜 그때 이집트의 선량한 백성이 그 처절한 재앙도 모자라 끝내 집안의 장남과 장녀를 죽음에 몰아 넣는 고통을 당해야 했을까요?

전지전능한 야훼는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자신의 백성을 모세의 인도에 맡겨 홍해를 건너게 할 수도 있었는데 왜 그런 어려운 - 잔인한 - 방법을 택했을까요?


아마 야훼에게 이스라엘 백성 외에는 인간이라는 명칭 조차도 사치라고 여겨졌나 봅니다.

자신의 피조물 - 이집트인들 - 에게 이토록 잔인한 절대자를 인간이 섬겨야할 이유가 있는가 궁금해졌습니다.

바로왕의 변덕과 어리석음을 조소하면서 이집트 백성의 비극을 벗삼아 모세의 '출에굽기'를 통쾌하게 읽어 내려가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마음가짐일까요?


괜히 라디오를 듣다가 문득 떠오른 쓸데없는 생각.

인간경멸과 피와 배반의 역사.... 그게 구약성경이 아닐까 합니다.


XE1.11.6 Layout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