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나토의 전쟁행위 규정에 신경 거슬렀다” 밝혀
소니 등 뚫어…인터넷 정보 자유 위협집단이
표적
4명 해커그룹으로 알려져…‘사생활 침해’ 비판도
“우리는 너희의 도전(위협)을 받아들였다.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여. 게임은
시작됐다.”
잇따른 해킹으로 인터넷 최고의 ‘풍운아’로 떠오른 ‘룰즈섹’(LulzSec)이 지난 3일(현지시각)
‘인프라가드’라고 불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애틀랜타 지부를 해킹하고 발표한 인터넷 성명의 맺음말이다. 이들은
이 웹사이트의 권한을 완전히 얻어서 “그냥 흐르게 놔둬, 이 멍청한 에프비아이 전함들아”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메인 페이지에 올려놓았다. 성명은 “최근 미국과 나토가 해킹을 전쟁 행위로
규정하겠다고 한 방침이 우리의 신경을 거슬렀다”고 해킹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소니의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해킹했다는 혐의로 에프비아이의
추격을 받아오던 참이었다.
잇따라 전세계 주요 기업과 기관의 누리집을 해킹해 인터넷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룰즈섹의 정체와 활동 목적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이들의 최근 해킹 대상은 소니, 닌텐도 등 게임업계 거물에서 미국 공영방송 <피비에스>(PBS), 미국 연방수사국까지
이른다.
5일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들을 보면 이들은 보통 트위터를 통해 해킹을 예고하고, 해킹으로 얻은
정보를 트위터를 통해 퍼뜨린다. 이들의 과녁이 되는 곳은 대개 해커나 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에 비판적인 곳이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3을
‘탈옥’시킨 유명 해커 조지 호츠를 고소했다가 룰즈섹의 분노를 샀다. 탈옥은 기계 내에 저작권을 보호하는 장치를 해제하는 것을 뜻한다. <피비에스>는
위키리크스를 비판한 프로그램 ‘위키시크릿’을 제작했다가 이들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룰즈섹이 ‘인터넷 자유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반대 집단을 공격하는
양상이다.
룰즈섹은 4명의 해커로 이뤄진 소그룹으로 알려져 있고 구성원과 출신은 안갯속에 싸여 있다. 브랜던 파이크 등 몇몇
해킹 전문가는 <폭스뉴스>에서 그들이 초대형 해킹그룹인 ‘어노니머스’(Anonymous)의 한 분파라고 주장했다. 어노니머스는 인터넷
정보 자유를 주창하는 해커들의 집단으로, 지난해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해킹 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룰즈는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약어로 비웃음 내지는 조소를, 섹은 보안(security)을 뜻한다. 이름답게 그들의 트위터(@LulzSec)나
누리집(lulzsecurity.com)을 보면 장난기가 가득 묻어난다.
룰즈섹의 멤버 중 하나라고 밝힌 ‘월풀’은 <포브스>와 한 채팅 인터뷰에서 “원래
<피비에스>에 ‘(래퍼) 투팍이 살아 있다’는 거짓기사 대신에 ‘오바마(미 대통령)가 마시멜로를 먹다가 목에 걸려 죽었다’는 기사를
쓰려고 했다가 투팍 기사가 더 재미있어서 올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행동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인터넷 정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들이 해킹한 개인정보를 트위터에 공개해버리는 것이 ‘사생활 침해’라고 보는 비판도 만만찮다. 다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이들의 활동으로 인터넷 정보보안 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룰즈섹은 해킹 사실을 밝히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개인 정보보호 조처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준엄히’ 꾸짖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481469.html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