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세상 사이사이 내가 만난 천사들
2024.09.01 21:32
거친 세상 사이사이 내가 만난 천사들
자리를 양보해 주고 싶었는데 나도 힘들었다
[엄상익 논설위원]
2024-08-30
지하철 안에서였다. 노약자석에 앉아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도 될 자격이 있는 나이였다.
한 정거장에서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탔다. 지쳐 보이는 얼굴에 나이도 나보다 몇 살쯤은 위로 보였다. 내 앞의 열차가 다른 칸과 연결되는 부분의 문 옆에 등을 기대고 섰는데 몹시 피곤해 보였다. 자리를 양보해 주고 싶었는데 나도 힘들었다. 나는 모른 체하고 그대로 버텼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 두 정거장 지나자 내 옆 자리가 비고 그 여성이 내 옆에 앉았다.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다음 정거장에서 또 어떤 노인이 차 안으로 들어와 앞으로 다가왔다. 그 노인도 기력이 없어 보였다. 자꾸만 마음이 불편해졌다. 조금 전 내 옆에 앉았던 여성이 얼른 일어나면서 그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자기가 힘든데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양보 못 한 나의 마음에 다시 불순물이라도 낀 듯 찜찜해졌다. 자리를 양보받았던 그 노인이 다시 일어나 차에서 내리고 지쳐 보이던 그 여성이 다시 내 옆에 앉아 가고 있었다. 내가 조용히 그 나이든 여성에게 한마디했다.
"어떻게 그렇게 마음이 예쁘세요?"
"당연한 거죠."
그녀는 주저 없이 말했다. 나는 부끄러웠다. 내 다리가 조금 아프다고 당연한 걸 못 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지하철을 타고 다시 돌아올 때였다. 에어컨이 작동이 안 되는지 차 안이 더웠다. 열대야가 한 달 동안 계속되고 있다고 쏟아내는 방송들의 수다가 대단했다. 옆에 앉아있는 노인이 손부채를 부치고 있었다. 이상하게 바람이 내쪽으로 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살짝 옆을 돌아보았다. 그 노인이 일부러 나에게 바람이 오도록 부쳐주고 있었다. 이상했다. 그는 계속 내게 바람을 보내주고 있었다. 분명히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선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마음이 착하세요?"
내가 그 노인을 보며 물었다. 그 노인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제 조용한 바닷가 나의 방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였다.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집 앞에 세워둔 내 스파크 차의 창문이 열려 있어 비가 들이치고 있다는 것이다. 차 옆의 전화번호를 보고 누군가 알려준 것이다. 3년 전 구입한 값싼 중고 경차였다. 나는 그런 차가 편했다. 수시로 닦고 돌보고 차가 상처라도 입을까봐 걱정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낡은 청바지를 입고 길가에 앉는 편안함이라고 할까.
내가 집 앞에 세워둔 차가 있는 곳으로 갔을 때였다. 전화로 들은 대로 양쪽의 차창이 열려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차 지붕 양쪽에 판지를 얹고 그 끝을 살짝 접어 차양같이 만들어 비가 들이치지 못하게 해 놓았다. 도대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할 사람이 없었다.
아내는 서울에 있다. 호젓한 바닷가에 가까이 지내는 이웃도 없었다. 도대체 누가 이랬을까? 분명 천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그랬을 것 같았다. 내 가족의 차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근처의 해안로에 보훈회관 공사가 마무리단계였다. 거기 와서 일하는 인부 밖에는 내 차 옆을 지나갈 사람이 없었다. 이따금씩 내 차 옆에 공구를 실은 트럭을 세워두는 건설 현장의 기술자들이 있었다.
잠시 후 내 앞을 지나가는 인부가 보였다. 백발이 섞인 짧게 깍은 둥근 머리의 50대 말쯤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 내 차에 판지를 덮어준 분인가요?"
"그렇습니다."
그가 짧게 대답했다.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마음이 착해요?"
"허허"
그는 미소를 한번 짓고는 말없이 공사장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의 행동이 큰 감동의 물결이 되어 마음의 절벽 위로 치솟아 올라 하얀 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어두운 회색에서 아름다운 원색으로 피어나는 것 같았다. 세상을 영롱하게 하는 것은 국회나 방송에서 하는 거친 담론이 아니라 이웃을 향한 작은 배려나 사랑이 아닐까.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최소한 세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보라는 짧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풀꽃같은 작은 행동들이 세상을 변하게 하는 것이다. 거친 세상의 사이사이에 천사들도 많은 것 같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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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바람 2024.09.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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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 2024.09.02 11:37
지하철에 임산부석이라고 써있는자리는 시퍼렇게 젊은여자동물들이
마치 자기가 사전예약 해 놓은 것 인냥 털썩 앉아 가는 여자동물 꼬라가지를 보면
정말 진하게 토 나옵니다
남자들은 피곤하지 않아서 안앉았을까요? 건강해서 일까요? 암튼 조만간 임산부 자리는 없어지거나
다른용도로 만들어질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미친 여자동물들에 의한 엉뚱한 용도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노약자나 임산부가 앉아 갈수 있도록 정신나간 여자동물들 부디 일찌기 사람이 되어 양보 부탁 드립니다
미친여자동물아 어쩌면 당신도 임산부가 될수 있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아무렇지도 읺게 행힐수 있는일을
특별한 일을 한것 같은 생각을 해야만하는 현 세상의 돌아가는 꼬라지가 이상한건데
언제쯤이나 일상처럼 덤덤하게 보아넘길수 있는 시절이 다시올지는???
아마 없겠죠?
솔직히 대중교통은 진짜 아주 가끔 이용하지만
노약자석이든 일반석이든 자리가 비어도 앉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서서 가는게 이런저런 신경안써도되는 마음이 편해서인지,
아직까진 서서 움직일수 있는것을 확인하고 싶은지는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