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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고소득층에 유리한가…‘역진성 논쟁’ 다시 가열

2023.09.22 05:50

날개잃은통딹 조회:351

김연명 교수, 순이전액 추계 분석 통해 반박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9월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계산위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게 유리할까? 고소득층에게 유리할까?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은 물론 다수 전문가는 국민연금은 비록 사각지대란 흠결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누진적 제도라고 본다. 하지만 일부 단체와 전문가는 고소득층에게 더 유리한 역진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반박한다.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순이전액(순혜택, 수급총액에서 총기여액을 뺀 값)이 더 많다”는 추계를 앞세워 국민연금이 노동시장에서의 격차를 오히려 심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국민연금의 역진성 역설’이다. 이런 역진성 논리는 종종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 인상 반대의 논거로도 제시된다.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장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가 이 역진성 주장을 반박하는 논문을 내놓았다. 바로 ‘국민연금의 역진성 주장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란 논문이다. 오는 10월 발간되는 학술지 <동향과 전망> (가을∙겨울 합본호, 119호)에 게재된다.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공적연금이 시장소득의 격차를 줄여주는 정도가 역진성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임을 전제로 “정부 통계를 바탕 삼아 분석해보니 우리 국민연금은 역진적이기는커녕 강한 재분배적 성격을 띠고 있고, 기초연금까지 포함하면 이런 성격은 더욱 강력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각지대에 따른 역진성 주장도 실제보다 과장됐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개인의 연금액을 산정할 때,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기초로 산출되는 ‘균등부분(A값)’과 가입자 개인의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에 의해 산출되는 ‘소득비례부분(B값)’을 함께 반영해 계산한다.

 

김 교수는 우선 이번 분석을 위해 국민연금의 A값(2028년 기준 364만원, 2023년 현재 국민연금 A값 286만원이 임금상승률에 따라 인상된다는 가정 아래 산출한 수치)을 기준으로 여섯 계층의 가상의 노동자를 설정했다. A값 절반의 소득자는 최저소득층(0.5A, 월182만원), A값 두배의 소득자는 최고소득층(2A, 월728만원)으로 나눈 뒤, 그 사이에 저소득층(0.75A), 평균소득층(1A), 중상층(1.5A), 고소득층(1.75A) 등의 네개의 계층을 더 쪼개, 소득 수준에 따라 모두 여섯 계층을 나눈 것이다.

 

 

김 교수는 이들 6개 계층별로 가입기간 및 수급 기간에 따라 ‘순이전액’과 ‘보험료 1만원당 연금액’(가입자가 보험료 1만원을 냈다고 가정할 때 받는 연금액)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폈다.( 표 참조)

 

 

 
자료: 시나리오별 국민연금 순이전액의 차이(2028년 기준, 단위: 만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30년 가입하고 20년 동안 연금을 받는다는 가정에서, 최저소득층(0.5A)이 후일 받는 순이전액은 1억422만원인데 비해 최고소득층(2A)은 9077만원으로 나타났다. 최저소득층의 순이전액이 최고소득층보다 1345만원이 더 많다. 최저소득층이 비록 노동시장 소득은 고소득층보다 현저히 적지만, A값이 작용하면서 연금에서는 순이전액이 더 크게 추산된 것이다. 이런 결과는 계층간에 발생한 시장소득 격차를 연금이 상당히 줄여준다는 걸 확인해준다.

일부 국가처럼 A값이 없는 완전 소득비례형 연금 구조인 경우엔, 순이전액은 최저소득층이 4987만원, 최고소득층이 1억9948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고소득층이 최저소득층보다 4배나 더 많은 연금액을 받는 것으로, 연금이 아무런 소득재분배 효과를 지니지 못함을 뜻한다. 결국 현행 국민연금은 A값으로 인해 상당한 재분배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애기다.

 

 

이런 누진적 성격은 보험료 1만원당 연금액을 산출한 결과에서도 똑같이 확인됐다. 소득계층별로 보험료 1만원을 냈을 때 받는 연금액이 얼마인지를 추산한 결과, 최저소득층(0.5A)은 자신이 낸 보험료에 견줘 1만원당 4.3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고소득층(2A)은 보험료 1만원당 2.1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우리 연금의 이런 특징은 향후 고령화에 따라 기대여명이 늘어날 것을 고려한 ‘30년 가입-25년 수급’의 경우, 또 소득계층별로 가입기간 차이를 반영한 ‘20~25년 가입-20년 수급’의 경우, 소득계층별 기대여명 차이를 반영한 ‘30년 가입-17~23년 수급’ 등 다른 가정의 시나리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합산 적용해 누진성 여부를 확인해 본 분석에서도 최저소득층(0.5A, 182만원)의 전체 순이전액은 1억7947만원이지만, 최고소득층(2A, 728만원)의 전체 순이전액은 9077만원으로 추산됐다. 고소득층이 기초연금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산하면 공적연금의 누진적 성격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분석 결과는 현행 국민연금이 고소득층이 아닌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는 걸 뚜렷이 확인해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중산층과 그 이상 계층은 소득보다 연금이 너무 낮아 공적연금에 대한 중산층 이상의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국민연금이 역진적이라는 또 하나의 논리는 “영세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등 상대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제도의 혜택에서 배제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지만, 영세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등의 국민연금 실질 가입률이 이전과 달리 확연히 높아져, 역진성 주장은 현실보다 과장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분석에 대해 국민연금의 역진성을 앞장서 외쳐온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유족연금을 포함해 추계하거나 가입 기간이 긴 노동시장 중심부(소득 상위의 정규직 노동자)일수록 순이전액의 절대액이 조금은 많기에 여전히 역진적이 아니라 할 수 없다”며 “(역진성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 보험료율이 낮은 데 기인하기에 보험료율을 인상하면 이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고소득층에 유리한 역진적 제도란 주장은 지난 2017년 납세자연맹이 처음 제기했다. 이듬해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같은 주장을 펼치고, 이어 오건호 당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이 언론 칼럼 등을 통해 이를 주창하면서 확산됐다. 이에 맞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순이전액 차이는 고소득자가 추가로 더 보험료를 내는 것을 고려하면 크다고 볼 수 없다”면서 “역진성 주장은 세대 간 갈등에 더해 계층간 갈등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반박하면서 이른바 ‘역진성 논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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