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첫사랑이 좋아한 시 ㅋㅋ]

2020.10.07 08:46

간장종지6465 조회:365 추천: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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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구르는 빗방울 /강인한



내 어린날
교정의 등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시계꽃을 채워주던 작은 친구
아, 그때 구름은 한 다발 놀빛으로 고왔던 것을.

꽃은 시들고
그날의 구름은 비가 되어
내 우수(憂愁)의 창을 풀빛으로 말갛게 들여치네.

빗줄기를 타고 하늘에서 은어(銀魚)가 내려
우리들의 왕국 작은 뜨락에서 파닥이던
은빛 서늘한 기쁨,
오늘 내리는 빗속에서
눈물 글썽이며 그 은빛을 다시 보네.

살아가는 일이야
좋은 기억을 하나하나 잃어버리는 일
잊혀지고 남모르는
캄캄한 세상으로 흘려보내는 일.

챙이 큰 흰 모자를 쓰고
나비처럼 팔랑팔랑 달려오던 비 개인 햇살
내 두 눈을 뒤에서 가리던
풀꽃인 양 귀여운 이름,
어쩌다 꺼내 본 묵은 책갈피에
하얗게 떨리는 꽃이파리로 끼여 있었네.
생각나지 않는 옛 노래로 숨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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