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뭔가 우울한 날이네요. 대학시절이 그립습니다.

2020.04.07 20:08

toz21 조회:597 추천:7

대학시절 제 친구가 있었는데요. 1년 재수를 해서 1살이 많았지만 그냥 반말하라고 쿨하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장난도 치고 재미나게 잘 지냈는데...
 
어느날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얘기를 해 주더군요. 나중에 지나가는 그 여자를 봤는데 정말 예쁘게 생겼더라고요. 
 
당연히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여자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생겼기 때문에 정말 많은 남자들이 그 여자애를 쫓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사건이 터지고 말았지요. 
 
싫다는데도 계속 쫓아오는 남자에게 저리 좀 가라고 소리치는 여자애를 보고서는 제 친구가 빡 돌아버린 거죠. 그래서 쫓아왔던 남자한테 소리치고 꺼지라고 했는데 그 남자가 제 친구의 등치가 좀 작다보니... (키가 약 172~173??) 어이가 없었나 봅니다. 쪼그마한 게 덤빈다고... 그 남자애는 180정도??? 살집도 좀 있고... 그래서 둘이 싸웠는데.... 
 
가라고 할 때 갈 것이지... 제 친구 우습게 보더니 아주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더군요. 주변에서 친구들이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로요.  제 친구 완전 싸움 잘하거든요. 싸움은 키로 하는 게 아니니까요. ㅋㅋㅋㅋ  여자애 쫓아왔던 놈은 거의 기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그 여자애는 제 친구한테 고맙다고 하고 주변 사람들은 박수쳐주고... ㅋㅋㅋ 사실 요즘이면 경찰서에 가 있겠죠. 그 때는 맞으면 창피해서라도 신고 안 하던 시대니까.... 
 
 
그러다 그 친구가 MT를 가서 그 여자아이 옆에 일부러 앉았다고 하더군요. 그날따라 술을 많이 마셔서 여자애가 힘들어하더래요. 이름이 '아영'이였는데 아영이가 비틀비틀거리면서 수돗가에 가겠다고 하자 얼른 일어나서 부축했답니다. 
 
그리고 그렇게 따라가서는 토하는 거 다 치워주고, 등 두드려주고 쓰러지는 애 일으켜 세워주고... 옆에서 수발 다 들어주면서 지켜줬대요. 밤 늦게까지... 
 
그러다가 으슥한 벤치에 앉아서 술을 깨고 있는데 제 친구가 아영이에게 키스를 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키스를 했대요. '뺨 한 대 맞고 말자' 생각하고 훅~ 들어갔는데 그 여자애가 키스를 받아주더랍니다. 
아주 혈기가 왕성했던 친구는 격렬한 키스를 한 뒤 이제부터 우리 사귀는 거냐고 물었답니다. 
 
그러자 아영이는 그러자고 했고... 제 친구는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고 하더군요. 
 
다음 날 기분이 좋아서 푹 잠도 잘 자고, 아침에 새 우는 소리가 그렇게도 예쁘게 들리더랍니다. 
세상이 온통 핑크빛이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고... ㅎㅎㅎ 
 
그리고나서 아침에 간단히 라면을 먹은 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는데 당연히 제 친구는 그 아영이라는 아이의 
옆자리에 당당히 앉은 거죠. 남자친구로서... 
 
그런데 아영이가 하는 말이.. 
 
"네가.... 왜 여기 앉아?" (약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
 
"ㅋㅋㅋ 왜 그래~~ 장난하지 마~." (웃으면서 완전 웃긴다는 표정) 
 
"저리 가~ 나 내 친구랑 앉을 거야." (완전 진지하게 황당한 표정)
 
"0_0;; 야.. 어제 우리... 그... 기억 안나?"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우리가 뭐... 이상한 얘기를 하고 있어~~ 기억 하나도 안 나~."
 
"... ㅠ.ㅠ "
 
세상에 이렇게 어이없게 끝나버린 하룻밤만에 헤어진 이야기였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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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제 개인적인 얘기인데 넋두리라서 보기 싫으신 분들은 여기까지만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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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는 이런 친구들 얘기 듣는 것도 재밌었고, 동아리 활동하는 것도 재밌었고, 친구들이랑 놀러다니던 것도 재밌었는데... 나이가 들어갈 수록 해야할 것들이 많아지고, 가끔은 지친다는 생각도 드네요. 
 
제가 곧 쌍둥이 아빠가 되는데 아내는 자꾸 휴직을 원하고.. 그것도 1년~2년 정도... 집에 빚은 많고... 아기들은 쌍둥이라 모든 것이 두 배로 들텐데... 이런 저런 걱정 속에 고민끝에 유튜브라도 하겠다고 나서서 잘 하지도 못하는 애니메이션 만들면서 열심히 하고 홍보도 열심히 하고...
 
그런데 방금 어느 카페에 홍보글을 좀 올렸더니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이서 홍보글 올리지 말라며 짜증이란 짜증을 다 내는 겁니다. 죄송하다고... 홍보를 하지 않으면 아무도 보지 않아서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글을 좋게 썼는데도 배려가 없네, 상식이 없네... 그래서 그 카페에 있던 제 글 전부 삭제하고 탈퇴해 버렸습니다. 
 
보기 싫은 글이 자꾸 올라오는 것도 싫겠지만 다른 곳은 보기 싫은 글 그냥 넘기던데 거기는 미친듯이 달려들더군요.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자유스럽게 글을 쓸 수 있는 곳에 그냥 영상만 틱 하고 올린 것도 아니고... 정성껏 글도 쓰면서... 본문에도 이런 영상이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보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정중히 글까지 남겼는데...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뭔가 우울하네요. 단체로 욕먹은 기분이... 세상 일이라는 게 쉬운게 없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입덧 심하다고 친정에 가 있은지 두 달째... 뭔가 위로 받을 사람도 없어서 글이라도 남겨 봅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다들 건강 유의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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