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전 수비 위주 아녔습니다.
2010.06.21 23:14
우선 한국은 총 이동거리 103km로 아르헨티나의 97.1km보다 앞섰습니다. 상대보다 많이 뛴 팀한테 소극적이었는 말은 성립하기가 어렵죠.
요즘 '수비 축구'의 대명사가 된 감독이 바로 조제 모리뉴입니다. 모리뉴가 2009/10시즌 이끌었던 인테르나치오날레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첼시 - 바르셀로나 - 바이에른을 상대하며 이동거리에서 우위를 점한건 첼시와의 1차전이 유일합니다. 그것도 매우 근소한 차이였죠.
공격 축구의 유무를 보려면 점유율을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데 이 또한 일치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공격에 선수가 많이 가담하고 수비라인을 올린다고 해도 상대보다 공을 오래 점유하려면 패스와 키핑 등 기술적인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그런 점에서 격차가 상당하니까요.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해도 강팀을 상대로는 얼마든지 점유율에서 열세일 수 있는게 축구입니다.
또한 '수비적' 혹은 '소극적'이라는 말을 쓰려면 상대 공격보다 수비를 뒤로 물려야 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한국 수비진이 상대 공격보다 뒤에 있던 것은 '아르헨티나'라는 거함을 상대로 당연히 조심스럽게 시작을 했을거라 이해가 되는 경기 시작 후 0~15분이 유일합니다.
예기치 않은 자책골 실점 후 한국은 줄곧 상대 공격보다 수비진을 전진시켜 득점을 노렸습니다.
16~30분, 31~45분에는 위치 겹침이 눈에 띄며 정돈된 공격이라 보긴 어려웠지만 후반에는 적어도 공격만큼은 꽤나 짜임새 있었고 상대에 위협을 가했습니다.
공격 방향은 화살표를 보시면 나옵니다. 우선 아르헨티나가 공을 많이 갖고 있었으니 짙은 색이 더 많이 보이는건 당연하고, 한국을 상대로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역시 짙은 부분이 우리 진영 뿐 아니라 상대 진영에도 꽤나 분포하고 있죠. 한국이 아르헨티나전에서 소극적이고 수비적이었다고 비판하는 분들은 도대체 어떤 축구를 기대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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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훗 2010.06.2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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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2010.06.22 00:10
저는 오히려 많이 뛰었다고 공격적이다 수비적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우리 지역에서 더 뛰면 당연 이동거리가 많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불필요한 움직임이 사실 많았다고 봅니다.
오히려 강팀은 최소한의 이동거리로 필요한 운영만 했을 가능성이 더 커보입니다.
최근 보여준 북한과 같은 극단적인 수비위주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공격적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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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ma01 2010.06.22 00:16
하늘나라님/ 이동거리 뿐 아니라 위치 자료도 올렸습니다만.. 후반에는 수비진이 중앙선을 넘나들 정도까지 전진한 상태였는데.. 골키퍼를 제외한 우리 선수 전원이 상대 진영에 있었는데.. 그게 공격적이지 않았다면 뭘까요..?
그리고 제가 이동거리 예를 든건 정말로 수비축구를 했다면 자기 진영 위주에서 지키는 경기를 하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애초에 상대보다 더 나오기가 힘들다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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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l묵향lll 2010.06.22 00:37
중요한건 우리나라 선수들이 넘어가 있는 상황이 아르헨 선수들이 골 넣는 상황에서라는게 문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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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ma01 2010.06.22 00:42
묵향님/ 그런 비판을 뭐라고 하는건 아니고요. '아르헨티나전에서 소극적이고 수비적이어서 졌다. 정정당당히 싸워야 됐다.'라는 사실이 전혀 아닌 얘기를 마치 정설로 하는 분들이 꽤나 많아서 지적한겁니다.
자책골 때문에 안정적인 수비를 고수하기보다는 득점을 노려야겠고 그런 상황에서 전반 막판 만회골이 터지자 후반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아쉽게 염기훈의 득점기회가 무산됐고 이후 추가 실점까지 하면서 무너졌다고 보는게 타당하겠죠.
오히려 후반 공격 축구 때문에 실점을 많이 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경기였습니다. 소극적이니 수비 축구이니 하는건 전혀 진실이 아니고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말입니다. (애초에 우리가 공격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기술의 열세 때문에 점유율에서 부족한건 어쩔 수 없는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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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님 2010.06.22 02:05 소극적이라는 말이 나왔던건 아르헨의 실력및 운영에 밀려서 우리가 보기에 선수들이..그래보이긴 했지만, 전술만 따지면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강팀간에도 흐름에 따라서 전술이 달라지는거니.. 한국이 초반에 어느정도 수비안정화에 초점이 있었구..
암튼.. 워낙 잘하는 나라와 해서 그런지.. 잘잘못보다는 아르헨이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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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2010.06.22 04:54
이유야 어떠하든 비 효율적인 전술과 선수 운용면에서 완전한 감독의 에러라는건 확실 합니다
그리고 상대 공격수 한명에 여러 수비수 따르니 이동거리는 더 나오죠
특히 오범석쪽은 상대가 구멍인줄 알고 잡중 공략 했는데 그쪽으로 침투시 우리 선수들은 도와 주기위해 더많은 이동이 필요 했죠
볼 점유율도 얼마만큼 유효성 있는 점유율인지 알아야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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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ma01 2010.06.22 12:48
정말로 수비축구를 해서 자기진영에 박혀 있었다면 상대 공격수를 설령 따려다녔다고 해도 이동거리가 상대보다 많이 나오긴 힘듭니다. 반코트 위주의 팀이 축구장 전체를 쓰는 팀의 이동거리를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축구장이 좁던가요?
한국이 수비축구를 안했다는 것은 위에 나와 있는 평균 위치, 활동영역 자료만 봐도 충분히 아니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매우 직관적인 그래픽으로 되어 있는데.. 이걸 이해 못하시는건가요?
따라서 한국 선수들은 축구장 전체를 썼기 때문에 이동거리에서 아르헨티나를 앞선거지 상대 공격수를 우리 진영에서 따라다녔다고 그렇게 된게 아닙니다.
그리고 점유율은 우리가 4:6 정도로 열세라는게 위에 도표로 나와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57%, 한국 43%라고 나옵니다. 저는 한국이 점유율 우세였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이 아르헨티나 상대로 점유율 우세를 점하는건 기술적인 열세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죠.
저는 우리나라가 이정도면 그래도 강호들 사이에서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오범석과 염기훈의 활동모습을 되감아보면 활동량이 많다고 더 공격적으로 했다고 말하기 힘들겁니다. 잠시 공가지고 있다가 어이없게 뺏기면 미친듯이 쫓아가는 모습이나, 공격방향하고는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혼자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한사람의 경기동안 뛴 거리가 경기내용을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물론 수비위주의 게임을 했다는 말에는 저도 동의하지 않지만, 무언가 동네축구에 가까운 축구를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힘들듯 합니다. 박주영도 나름 존재감이 있긴했지만, 자책골을 넣으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렸다면 빠른 공격수 교체로 분위기 쇄신을 할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