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괴물의 탄생

2010.05.29 22:55

고달픈명탐정 조회:2280 추천:3

영화 BatMan : Dark Knight 중 다음의 대사가 기억나십니까?

 

BATMAN : You're garbage who kills for money.

BatMan이 Joker에게 : 넌 돈을 위해 살인을 하는 쓰레기야


JOKER : Don't talk like one of them - you're not, even if you'd like to be. To them you're a freak like me... they just need you right now. But as soon as they don't, they'll cast you out like a leper.

Joker가 답하길 : 그들(경찰)처럼 이야기하지 마. 넌 그렇지도 않고. 그렇게 될 수도 없지. 그들에게 있어 넌 나와같은 '괴물'에 불과해.. 그들은 지금 당장 너를 필요로 하겠지만 곧 나병환자처럼 널 내던져 버릴걸.


BatMan은 Gotham시에서 악을 처단하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명목으로 막강한 재력과 정보력, 전투장비를 이용해 동분서주하지만 최강의 적 Joker를 만나면서 자신이 정의의 사도가 아닌, Joker와 별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괴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결국 법의 심판자 역할은 시민의 손으로 넘겨 주면서 쓸쓸히 어둠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영화 속에서 저항할 수 없는 악인에게 대항하기 위해 주인공 자신이 스스로 악인보다 더한 괴물이 되는 스토리류에 우리는 꽤 익숙합니다. 정부기관에서 개발한 강력한 마약의 밀거래사범을 처단하기 위해 주인공 또한 그 마약을 투여한다는 Max Payne 이라는 영화도 그 한 예죠.

 

 

요즘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현실에서 저는 몇가지 혼돈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에서 나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판결을 내리면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의 최후 버팀목'이라 치켜세워지고, 의견과 다른 판결을 내리면 어느날 갑자기 '정치권력의 눈치나 보는 기관, 배신자'이라며 까내리기 일수입니다.

 

80년대, 90년대에는 민중으로 부터 배워야한다면서 '민중 속으로'라는 슬로건을 입에 달고 다니다가도 이젠 무능한 정권에 표를 몰아준 어리석은 민중을 깨우쳐야 한다며 '민중 개조론(?)'까지 들고 나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정신세뇌 새마을 운동이라도 하자는 것인지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암울하다는 주장에 곁들여 '(투표에 관심없는) 생각없는 젊은이'의 책임론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또 폐허 위에 오로지 피와 땀만으로 오늘의 번영을 이룩한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을 지지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리타분한 늙은이"라 비하하며 그분들의 권리를 가볍게 무시합니다. 과연 나와 생각이 다르면 '생각 없는' 사람들일까요?

 

광우병이라는,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를 위험에는 온 천지를 촛불로 밝히면서도 목전에 현실화된 중국발 멜라닌의 위험에는, 꽃게 뱃속에 들어 앉은 납덩어리에는, 김치에 들어간 구더기알에는, 쓰레기로 속을 채운 만두에는 -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하십니까? - 촛불은 커녕 침묵하는 양심이 이젠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비판에도 중심이 있어야 합니다. 단지 상대를 깨부수기 위해 우리 전체가 지금까지 소중히 여겨왔던 가치를 훼손하는 누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이 가치의 경계선을 넘어설 때, 괴물은 탄생하게 됩니다.

저는 이런 괴물들을 사악한 반지성(反知性)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어느 영화에서 인용된 다음의 글을 곰곰이 되새길 시기가 아닐런지요..

 

He who fights with  monsters might take care lest he thereby become a monster.

*** Friedrich Nietzsche (Beyond Good and Evil, Aphorism 146)

 

"괴물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은 그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선과 악을 넘어서, 금언 146)


흔하디 흔한 괴물 중에 한 사람을 소개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쌀로스 싸(Saloth Sar).
캄보디아 크메르 르주의 지도자였던 이 사람은 30만명을 학살한 킬링필드로 유명하죠. 그는 당시 캄보디아에 존재하지도 않던 자본주의의 씨앗을 말려야 한다면서 인격개조를 위한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반대인사들의 인격개조는 시간과 돈이 드니 그냥 비닐봉투를 씌워 질식사시키는 것이 총알값 보다 저렴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원론적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라는 '환상속의 괴물'을 잡는다며 그 스스로 더욱 잔인한 '현실의 괴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역사속의 괴물'로서 남게 되었지요.

자신의 주의, 주장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도 유보적인 상황에서 타인의 주의, 주장에 대한 몰가치성을 강변하는 사람들.. 저는 이 Saloth와 같은 이들을 당연시하는 사회의 탄생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오래 전 제 블로그에 올렸었던 글입니다.

오늘, 약간 수정하여 여기에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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