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망했다고 삼성까지 망하라고하는 제목으로 기사가....
2012.01.12 12:01
“살이 피둥피둥 찐 그의 얼굴이며 목덜미에 영양 과잉의 동물성 기름기가 번들거리고 있어서 지적인 분위기와는 더 거리가 멀기도 했다.”
조정래 <허수아비춤>의 악의적 기업인 묘사
소설가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춤>에 나오는 대목들이다. 대기업 총수, 최고경영자, 임원들에 대해 묘사한 대목들이다. 대기업은 부정이나 저지르는 범죄집단이고, 기업인들은 틈만 나면 불법과 비리를 일삼고, 탐욕스런 수전노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부자를 재떨이수준으로 격하시켜 모일수록 더럽다는 극단적 표현까지 했다.
조정래의 대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시각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악의적인 반대기업, 반기업인 정서를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대기업과 기업오너들은 타도의 대상이다. 도저히 긍정적으로 봐줄 수 없는 청산 대상들이다. 모 대기업회장실 임원은 3억원짜리 브레게 시계를 차고 다니고, 홍콩 여행중 다이아가 박힌 1억원짜리 부인용 시계, 명품 넥타이, 300만원대의 미국 미시시피강 악어 가죽 등을 쓸어담아 귀국했다. 임원 3명이 홍콩여행중 각자 3,000만원대의 최고급 명품 쇼핑을 즐기는 것으로 소개돼 있다. 모 그룹 회장실 사장은 핵심 임원들에게 <골든 패밀리>의 품위와 자존심을 유지하려면 최고급 해외 명품을 온 몸에 치장하고 다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화사치 생활과 불법 비리 집단 매도
그의 소설에는 개인적 명운과 사운을 걸고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는 대기업과 기업총수들의 땀과 눈물, 고독한 결단, 희생, 실패와 성공의 분투기는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다. 한국을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10위권 경제강국으로 도약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전혀 없다.
산업화 과정에서 일부 부정적인 면을 악의적으로 부풀려서 기업과 기업인을 극단적으로 매도하고 조롱하고 있을 뿐이다. 천박하고, 틀에 짜여진 부정적 기업인상을 그려놨다. 그런 그가 지난해말 박태준 전 포철회장의 영결식을 전후에서 그가 제철보국의 진정한 애국자였다며 연일 추모의 글을 쓰고,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고인을 기렸던 것과는 전연 딴판이다.
조정래는 소설 서두에서 경제민주화가 되지 않고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며 제법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었다. 요즘 좌파정당과 진보정당에서 내건 재벌개혁과 재벌해체를 겨냥한 경제민주화 논리를 제법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소설 말미에서 재벌의 부도덕적한 경영행태를 막기위해선 5000만 국민이 재벌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선 재벌을 박살내야 하고, 제품 불매운동은 이를 실천하는 액션플랜이라는 것이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기업인들은 살이 피둥피둥 찌고,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해 돈을 뿌려대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해외 쇼핑 때마다 수천만원을 물쓰듯 하는 것은 예사고, 카지노에서도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마구 도박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의 기업관은 지극히 편협하고 의도적이다. 피상적이고, 부정적인 선입관을 바탕으로 엉터리 기업소설을 썼을 뿐이다.
10년이상 낡은 구두 신었던 정주영 회장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타계할 때까지 10년 이상된 낡은 구두를 신고 다녔다. 새벽 3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가족과 식시한 후 청운동 자택을 나와 6시무렵 계동 사옥으로 출근하곤 했다. 그의 유품을 보면 구멍난 면장갑, 카펫 대신 깔았던 하얀 광목, 낡은 금성 텔레비전들 뿐이다. 한여름에 사용하는 냉난용품은 아예 없었다. 커피 대신 옥수차나 대추자를 마셨다. 커피 한잔에도 달러가 낭비된다는 이유에서다. 식단도 조촐했다. 두부나 무생채무침 등을 좋아했다. 오이무침,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 ‘찝찔한 것’을 즐겨 먹었다.
한국의 산업화를 주도한 창업주들 대부분은 맨손과 땀과 눈물로 사업을 일으켜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궜다. 대부분 소탈하고 검소한 생활을 한다. 조정래의 묘사처럼 엄청난 부의 성을 쌓고서 돈을 물쓰듯 하지 않는다. 그들의 개인적 삶은 화려하지 않다. 국내외 파트너들과의 힘든 회의와 출장, 미래 먹거리 사업 구상 등에 몰두한다.
대기업 임원들도 새벽부터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한다. 삼성전자 모임원은 비행기에서 잠을 자는 4박7일 출장을 수시로 한다고 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투자자 및 파트너들과 만나 회의를 한 후 곧바로 뉴욕으로 날아가 또 회의를 하는 강행군을 수시로 한다고 한다. 김우중 전 대우회장은 해외 공항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현지 사업가나 중요정상들을 만나 세일즈와 담판을 벌이곤 했다.
4박7일 출장과 공항화장실서 세수하는 기업인들
조정래의 묘사대로 기업인들은 목덜미와 얼굴에 영양과잉의 동물성 기름기가 번들거릴 여유조차 없다. 그가 비행기에서 새우잠을 자며 세계 곳곳을 누벼야 하는 기업인들의 살인적인 출장일정과 열정, 책임의식, 사명감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봤는지 의문이다.
대기업 총수들은 대부분 돈벌이보다는 명예와 성취욕을 중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들도 마찬가지다. 기업인들의 경우 자산이 100억원을 넘으면 재산 개념이 별로 없다고 한다. 이들은 사업하는 목적이나 동기와 관련, 잠깐 스쳐가는 역사의 한자락을 붙잡고 국가와 사회, 민족을 위해 나름대로 기여하고자 하는 성취욕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그룹 사업뿐만 아니라 자원외교, 심지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스포츠외교 등에까지 나서는 것도 국익을 위한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평창이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던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당시 이회장은 온갖 어려운 악조건속에서도 평창유치에 전력투구해 결실을 맺었다.
총수들이 사재를 출연해 각종 재단을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익활동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중소기업이나 졸부들의 경우 여전히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돈벌이나 재산 축적 등에 혈안이 되고, 호화사치생활을 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총수나 최고경영자들은 그럴 시간도 없으며, 어디를 가나 노출이 쉽게 되기 때문에 마음껏 놀 수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정래식의 호화방탕 생활을 할 겨를도 없다. 오히려 중소협력업체 사장들은 평일에 골프치고, 호화룸살롱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의 원청업체인 대기업 사장들은 오히려 국내외 출장과 회의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기 일쑤다.
LG그룹의 모 중역은 정치권, 언론, 심지어 좌파지식인 소설가들의 기업인때리기 풍조에 대해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우리 경제에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도 못하고, 세금도 제대로 못내고, 고용창출에 기여하지도 못하는 무책임한 집단들이 이러쿵 저러쿵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해 악의적인 비난과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산업과 국가경제의 성장에 백해무익한 자해행위라는 것이다. 잠깐이라도 졸면 몰락하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생사를 걸고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인들에게 돌팔매질하고, 악담을 퍼부으며 증오하는 집단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보수언론마저 반대기업 정서 부채질
이건희 삼성회장은 2010년 경영복귀 이후 “삼성의 주력제품이 앞으로 10~20년이면 도태될 것”이라며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과 특허소송 대전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 이 회장은 “애플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잘 나간다고 방심하면 절대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다시한번 고취한 것이다. 삼성 뿐만 아니라 현대차 LG SK 등 대부분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문제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는 김정일의 급사 이후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으로 한반도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다, 미국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수출환경에도 짙은 안개가 몰려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수출이 감소하면 성장과 고용, 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경제에 치명적인 리스크 요인이다. 내부적으로도 총선과 대선이 예고돼 있어 정치권의 포퓰리즘적인 대기업때리기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인 사회양극화, 청년 실업증가, 내수불황, 가계부채 급증 등도 기업들에겐 악재다.
국내외 복합 위기가 한국경제와 대기업들을 짓누를 수 있는 위험한 시기다. 재계가 올해 리스크관리에 주력키로 하고, 신발끝을 다시 매는 등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은 이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출근을 잘하지 않던 이건희회장이 수시로 삼성사옥에 나와 현안을 챙기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오전 6시30분 출근시간을 더욱 앞당기며, 토요일에도 사무실에 나오는 <월화수목금금일>의 ‘토요경영’에 몰두하는 것도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느때보다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계마저 무차별적인 반대기업 포퓰리즘 성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대기업을 때려야 존재이유가 있다는듯이 설쳐대는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좌파매체의 재벌해체, 재벌개혁 주장이야 그렇다 치자. 문제는 보수 언론마저 왜곡된 반대기업 기사와 논조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 재벌 해체를 경제민주화의 핵심이슈로 내걸고 있는 좌파정당과 언론들이 쾌재를 부를 만한 일이다.
조선일보 김기천 논설위원이 쓴 9일자 <핀란드 노키아와 한국재벌> 칼럼을 보면 왜곡된 대기업관이 드러나 있다. 김 위원은 핀란드의 최대기업인 노키아가 몰락한 이후 벤처업체들과 창업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였던 노키아가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경쟁에서 뒤처져 곤두박질치면서 정보통신분야의 창업붐이 크게 일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마트폰 게임시장을 휩쓰고 있는 ‘앵그리버드’ 개발업체인 로비오 같은 성공사례도 나왔다고 했다.
그는 핀란드 경제를 떠받쳐온 노키아의 그늘이 사라지면서 잠자고 있던 기업가정신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인용해 “노키아의 손실이 핀란드 경제에 이익이 되고 있다”고 했다. 노키아가 망하니까 핀란드의 벤처생태계가 살아나고, 경제도 노키아 충격을 딛고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질 것이란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대기업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이를 방치하면 대기업과 한국이 모두 ‘루저(패배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노키아몰락 핀란드 경제 이익된다는 일부 주장은 본말이 전도, 법인세 과중과 평등의식이 창업부진 주범인데 한국재벌과 비교는 억지논리다.(자료 사진 : 이 사진은 본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연합뉴스 |
대기업이 쓰러져야 중소기업이 살아나는가
과연 그런가? 그의 시각은 결국 대기업이 쓰러져야 벤처와 중소기업이 살아나고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김위원의 시각은 결과론적 오류에 빠져있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노키아가 몰락해서 핀란드 벤처기업들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키아가 있었기에 창업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던 노키아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퇴사후 창업을 하고, 벤처기업을 꾸리는 것이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노키아는 지난 20년간 휴대폰의 세계적인 강자로 군림하면서 우수한 모바일인력과 첨단기술을 보유해왔다. 말하자면 노키아는 벤처창업을 위한 저수지 역할을 해온 것이다.
핀란드는 북유럽의 복지선진국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핀란드는 한국처럼 평등의식과 정서가 강해 기업가 정신이 저조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풍조가 만연돼 있다. 기업가 활동지수도 낮다. 핀란드는 분배와 형평, 복지를 중시해오면서 법인세가 무려 51%나 됐다. 기업들의 세부담이 워낙 높다보니 투자가 부진한 것은 당연했다. 인접국인 러시아가 오랜기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스웨덴이 사회민주적 경제체제를 지탱해온 것도 핀란드의 평등 및 분배사상을 고착화시켰다.
핀란드 젊은이들이 창업이냐 노키아 입사냐를 놓고 선택할 경우 안정적인 직장과 소득이 보장되는 노키아를 택한 것은 이같은 사회적 풍토에서 비롯됐다. 김위원의 주장처럼 노키아가 우수인재를 싹쓸이해서 신생기업이 부진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근 벤처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노키아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노키아에 입사하는 것이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 핀란드 젊은이들이 생존차원에서 벤처창업에 나서는 것이 신생기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로비오가 앵그리버드 게임으로 성공했다고 하지만, 고용인원은 고작 150명에 불과하다. 수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노키아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대기업이 쓰러져야 벤처가 늘어나고, 경제가 다시 건강해진다는 논리는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제조업 강국 한국과 핀란드 비교는 넌센스
한국과 핀란드를 비교하는 것 자체도 넌센스다. 핀란드의 인구는 고작 530여만명에 불과한 소도시국가다. 서울인구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한국은 인구 5,000만명규모의 제조업강국이다. 한국만큼 자동차 전자및 IT 조선 철강 화학 건설 등 주력업종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구멍가게만한 국가와 제조업대국을 단순비교하는 것 자체가 억지다. 핀란드는 노키아만한 대기업들을 키우는데 실패했다. 노키아매출이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5%나 됐다. 수출비중은 25%, 법인세 세수비중은 22%나 차지했다. 김 위원의 지적처럼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는 게 아니라 ‘노키아의 고통이 핀란드경제에 고통이 되고 있는’ 셈이다.
노키아의 몰락과 핀란드 경제의 어려움은 오랜기간 과중한 세부담에 짓눌린 기업인들이 창업을 꺼리고, 과잉복지에 안주한 젊은이들도 모험과 도전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핀란드 정부가 과감한 혁신과 규제완화, 세부담 감소 등을 통해 노키아만한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냈다면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의 불행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기업이 밉다고 재벌을 해체자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논리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이 쓰러지면 벤처창업이 춤추고, 중소기업이 훨훨 날아갈 것인가? 항공모함이 침몰하면 선단을 이루는 수많은 전투함 순양함 구축함 고속정 쾌속정 등도 모두 수장될 수밖에 없다. 강력한 보호막과 안전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젖줄인 대기업이 사라지면 산업생태계는 무너질 것이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그룹들을 쓰러뜨려야 중소기업과 벤처가 산다는 논리는 우리 국민 5,000만명의 운명을 사나운 태풍과 엄청난 파도가 넘실대는 태평양 한가운데로 내모는 것이다. 국민의 운명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위험한 발상이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은 그래도 국민과 언론이 제어하고 비판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다. 하지만 언론의 포퓰리즘은 통제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여론의 중심을 잡아야 할 언론마저 대중영합적인 반대기업 포퓰리즘을 쏟아낸다면 더욱 무서운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 언론이 아무리 국가경영에 책임지는 자리에 있지 않다고 해도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억지 논리로 재벌때리기를 선동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1%와 99%’ 갈등 부추기는 방송사
MBC가 최근 대기업 임원 연봉과 최저임금을 단순비교하며 대기업에 대한 질투와 증오의 감정을 부추긴 것도 개탄스럽다. MBC는 1월 7일 뉴스데스크에서 삼성전자 등기임원은 지난해 60억원, 올해 70억원의 연봉을 받는 반면, 최저임금은 시간당 4,580원, 연봉으로 계산하면 1,100만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60억대 1,100만원을 비교해서 대기업과 경영진이 지나치게 연봉을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대기업 등기임원 중에는 대주주가 많다. 대주주들은 경영성과에 따른 연봉과 배당을 받아 증자하고, 각종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매출이 165조원이나 되는 삼성전자 대주주가 60억원 받는 것에 대해 최저임금자와 비교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지나치게 악의적이다. 미국기업의 경우 대주주도 아닌 전문경영자가 이보다 훨씬 많은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마치 미국인 상위 1%가 99%를 지배하면서 미국경제의 부를 독식하고 있다며 월가에서 일어났던 점령시위와 관련한 기사를 연상케한다. 과거 봉건시대 민란에서 등장했던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는가” 선동문구를 보는 듯하다.
월가의 점령시위는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월가의 금융자본가들의 경우 자기자본의 수십배에서 수백배, 수천배의 빚으로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이것이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엄청난 주름살을 줬다. 이들이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은 별로 없다. 레버리지를 통해 가공의 자본을 마구 부풀려 금융사기행각을 벌였기 때문이다. 월가의 탐욕이 미국민의 이익과 달랐다고 볼 수 있다.
월가의 탐욕과 한국 대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들로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성장과 수출, 고용창출, 국민소득 증가, 외환보유액 확충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월가처럼 가공의 자본을 마구 부풀려 사업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대기업들을 탐욕의 화신으로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미국도 애플과 GE 포드 GM 등 제조업에 대해서는 탐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물론 사회양극화와 대중기 상생등과 관련해서 대기업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부가가치를 실질적으로 생산하는 한국 대기업의 이익은 여전히 한국민의 이익과 부합한다.
미국의 월가 점령시위에서 내건 상위 1%대 하위 99% 논리도 한국에는 맞지 않는다. 한국대기업을 1%의 승자독식집단으로 몰아부쳐 타도 대상으로 삼는다면 제조업 기반을 붕괴시키자는 것과 같다. 노무현정부 시절 2%대 98%의 논리로 부자와 대기업, 강남을 타도 대상으로 삼아 공세를 폈다가 민심의 역풍에 휩쓸려 폐족 위기까지 몰렸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찢어발겨 뭔가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세력이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에 힘써야 할 때
정치권이나 언론 모두 국민분열이나 사회갈등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이제는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에 주력해야 한다. 정치권이 표만 의식해서 반대기업 때리기로 국민들을 선동한다면 국가적인 불행이다. 경쟁국 기업에선 한국의 반대기업 포퓰리즘에 대해 쾌재를 부르며 박수를 칠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을 마구 두들겨 사기를 떨어뜨리기 보다는 세계 경제올림픽에서 더욱 잘 달릴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더욱 신이 나서 투자하고 수출 많이 해서 국부를 살찌울 것이다. 기업인들의 명예욕과 성취욕도 더욱 왕성해질 것이다.
물론 대기업들도 개선해야 할 일이 많다. 승자독식, 그들만의 잔치란 비난이 생기지 않도록 중소기업과의 상생과 동반성장에 더욱 힘써야 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중소기업 쥐어짜기란 불만들이 쏟아지지 않도록 협력업체와의 윈-윈시스템 확립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 프린스턴대 보몰 교수는 탄탄한 기술력과 자금력, 마케팅을 갖춘 대기업과 혁신과 아이디어, 신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이 공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산업생태계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기업도 상생과 양극화 해소 앞장서야
우리 사회의 최대 문제인 양극화와 실업해소를 위해 사회적 책임과 나눔도 강화해야 한다. 비자금및 편법 경영권 승계 등 반칙을 더 이상 반복해서도 안된다. 투명한 경영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존경받는 국민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는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재벌문제가 최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재계는 민심의 분노가 대기업으로 향하지 않도록 시장경제를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자본주의 도덕적 발전을 주도할 책무가 있다. 그래야 보수 우파진영마저 대기업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할 때 국민들도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질 것이다.
재벌들이 이같은 책무를 다한다면 김기천위원의 말처럼 국민과 재벌이 모두가 루저가 되지 않고, 위너가 될 것이다. 그래야 국민경제가 더욱 성숙해지고, 사회적 갈등도 완화될 것이다. 대기업은 시장경제의 최대 수혜자이다. 대기업 성장의 과실이 중소협력업체로 골고루 확산되는 낙수(落水)효과가 입증되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이 없으니 재벌해체를 통해 대기업중심의 경제체질을 중소기업기반 경제로 뒤바꿔야 한다는 반시장적, 반기업적인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삼성과 현대차가 해체돼야 중소기업들이 살아난다는 황당한 선동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대만의 경우 한국과는 달리 중소기업형 경제기반이 강한 나라다. 하지만 대만경제는 아시아 외환위기이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외환위기전까지 우리보다 앞섰던 국민소득은 우리에게 뒤처졌다.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대기업이 부족하다보니 미국 일본 등 해외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해외발 경기변동에 더욱 취약해진 것이다.
한국이 대기업기반 경제를 해체해서 대만식으로 간다면 글로벌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 핀란드처럼 과도한 법인세 부담과 평등 분배사상에 젖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창업열기를 위축시킨다면 노키아몰락의 충격을 흡수할 안전장치가 없어진다. 오히려 제2의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 포스코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도록 격려하고, 창업관련 규제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경쟁환경을 촉진하는 것이 국가경제 장래를 위해 필요하다.
지금처럼 복지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소’를 키우는 재벌들을 혼내주자는 주장이 국민의 의식을 마취시킨다면 기업활력 저하와 투자부진으로 저성장체제가 고착화할 것이다. 이는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할 우리나라가 ‘중진국의 덫’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선진국 진입은 다시금 문턱에서 좌절될 것이다. [데일리안 =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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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피카 2012.01.1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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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생이 2012.01.12 14:25
아하............이 번에 대형기사로 껀수 올린 데일리안의 편집국장이란 사람이군요.
김어준이 비즈니스석비행기 탔다고 99%를 배신했다는 둥 공지영이 샤넬백 메고 다니면서 진보라고 할 수 있냐고 설레발을 치던...
대표적인 친박찌라시가 데일리안이고 거기서 뉴데일리가 갈라져 나갔는데,
서민을 위한다는 박근혜는 버스 타고 다니남요? 아니 택시라고 탄 적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잘됐네요. 마침 도데체 어떤 면상을 하고 천연덕스럽게 쓰레기기사를 양산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대기업 총수들은 대부분 돈벌이보다는 명예와 성취욕을 중시한다" - 이야........SK최태원은 명예와 성취욕을 위해 선물로 수천억 날리고 그 돈 메꾸려고 공금횡령했군요.
승용차유리 사이로 호텔 문지기에게 돈봉투를 휙 던지던(말 그대로) TV뉴스의 이건희가 생각나네요.
*위의 기사 내용이 다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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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2012.01.12 16:56
우리나라 재벌들중 정상적으로 큰 재벌이 있나요? 삼성,현대,엘지,대우(망했지만),SK등이 많이 회자되는 재벌입니다 그중 성실하게 키워온 재벌이 있나요? 다 뒷돈주고 기업키워 지금의 재벌된것 아닌가요? 백억짜리를 10억에 정부로부터 불하받고 (은행으로부터 불하받을것으로 담보잡혀 대출--뒷돈주고서) 10억정도는 박정희나 전두환주고 몇억은 국회의원들과 정부고위관료주고.... 100억짜리를 뇌물포함해 30억정도에 불하(공사도 마찬가지)받아서 기업 키워왔습니다 재벌되어선 하청업체 등쳐먹고 중소기업의 신기술 가로채고.... 우리가 말하는 재벌중 정상적인 과정을 거친 재벌 없습니다 노골적인 재벌 편향기사일뿐입니다 재벌중 자수성가형으로 볼수있는건 현대 하나인데 현대도 뇌물로 키워온 기업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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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칼라프 2012.01.12 17:09
황당한 기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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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2012.01.12 18:05
물론 중소기업이나 졸부들의 경우 여전히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돈벌이나 재산 축적 등에 혈안이 되고, 호화사치생활을 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총수나 최고경영자들은 그럴 시간도 없으며, 어디를 가나 노출이 쉽게 되기 때문에 마음껏 놀 수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주영이 얼마나 많은 여자 후렸는데 뭔 개소리야? 이런 병신 핫바지로 보이나? 초딩애들이나 속여 먹을때 딱 좋겠군. 이 왕중에 중소기업을 비난하고 있음. 아 진짜 씌레기 같은거 처음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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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키 2012.01.12 18:54
...역시 뉴또라이 개독안 답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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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k 2012.01.12 21:11 기자도 자격시험을 보든가 해야지... 글을 어쩌면 이리도 못 쓸까..
논거도 너무 빈약하고, 논리의 맥도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아 급기야 자기모순에 빠져드는 문장들의 나열...
백번 양보해서 그 나름의 일관된 논리는 있겠거니 우호적으로 이해하려해도 일말의 동감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설득력은 커녕 호소력 전무의 글자 파편들...
반박의 가치를 못 느끼는 기사 아닌 기사... 하물며 편집국장 이란다. 언론의 자유가 좋긴 하구나...그래도 나는 허락하련다. 개소리일지언정 누구나 지껄일 자유는 있다고...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위해...
4년 전 안철수 교수의 인터뷰 기사
https://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80803184208 -
로보트태권V 2012.01.12 21:55
뭐 이런걸 이렇게 길게 올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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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Boss 다! 2012.01.13 01:30 제목이...^^ 무슨 궤변을 했나 했더니
사실을 "소설"처럼 써 제꼈군요 ^^
저나라에 노키아도 망했다 "삼성"도 그런 수순으로 가야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만한 역량이 되지못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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